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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Jan 25. 2021

엄마라는 적성


나는 ENFP b형이고, 유머를 좋아하며, 장난 없는 삶은 상상도 하기 싫은,

신나는 노래에 어깨가 들썩이고, 친구를 사랑하는, 집콕은 아픈 날에만 가능하던 

그런 사람으로 살아왔다.


신랑만 믿고 타지로 시집간다 했을 때

나의 친구들과 가족이 가장 걱정한 부분도

바로 나의 이런 성향 때문이었겠다.


직업도 친구도 잃어버린  퇴근해서 돌아올 남편만 기다리던 삶을 예상외로  견뎌내고

연년생 둘을 낳아 기르는 동안 나는 변해왔다.


우리 친구들과 함께 하는 날엔

나의 두 친구들과 땀이 나도록 해대는 숨바꼭질이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추어대는 말도 안 되는 댄스가

아무 하는 일 없이 느긋한 연주곡을 들으며 눈을 마주치고 싱긋 웃어 보이는 것이

어느덧 수면 독립을 해 버린 이들의 방에서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나누는 베드타임 수다방이

참 좋다.

그리고 (거의 0에 수렴되는 확률이나) 혼자 오롯이 있게 된 날엔

듣고 싶던 노래를 들으며 넘겨보는 몇 장의 책이

문득 떠오른 어떤 것에 대해 조용히 써 내려가는 시간이

햇볕이 집 안으로 쏟아지는 시간에 깨끗이 정돈된 나의 집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묵묵하지만 무수히도 꾸준히도 자라나고 있는 기특한 나의 초록이들이

난 좋다.


여전히 친구도 없고 게다가 자유는 더더더 없지만

가끔은 나를 잃어버린  같은 외로움이 엄습하기도 하지만

난 지금을 조금은 좋아하고 있다.

자유로운 사람을 부러워하고 바람같이 이리저리 누비던 젊은 날을 때론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나를 옭아매고 있는 나의 이 친구들이 행복한 시간을

나의 자유를 앗아간 나의 이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나는 꽤나 사랑하고 있다.


엄마가 되느라고 

엄마가 처음이라 너무나 낯설었던

고민하고 성토하고 툴툴거리고 울고불고하던 시간들을 지나가며

나는 어쩌면 엄마라는 새로운 적성을 찾게 되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에 엄청난 결정을 질러버렸다.

4년이라는 육아휴직을 종료하고 겨우 복직한 직장에서의 1년을 뒤로하고

다시 또 이 집으로 출근하기로.


나는

아직은 이 집이 참 좋고,

아직까진 아무래도 엄마가 꽤나 적성에 맞는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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