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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Feb 12. 2021

사랑은 변한다.


변치 말자고 하늘을 두고 찹쌀떡을 두고 그리도 고백하고 노래해보아도

사랑은 변한다.

요즘 내가 참 좋아하는 팟캐스트의 진행자도 말했었다.

“아내가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존경한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3년 전쯤부터는 빈도가 점점 줄더니 요즘은 호감 정도?”라고.


변하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참 부단히도 사랑을 고백하고 약속한다.

사랑이란 존재는 참 대단하다 싶다.



사랑이 뭘까?



5살인 나의 2번은 이렇게 말했다.

“뽀뽀랑 하트야.”

나의 1번인 언니야는 1년 더 살았다고 꽤 철학적이더라.

“기억해주고, 자꾸 떠올려주고, 자주 만나는 거야.”


나의 10대엔 사랑을 무어라 생각했을까.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사실 ‘사랑’이란 것의 정의는 감정적 요소를 배제하고는 설명하기 어려운데

감정을 기억에 의존하자면 너무 많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10대 땐 난 사랑이란 걸 해본 것 같진 않다. 정말 그냥 호감정도?


그럼 그나마 가까운 나의 20대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내 이성과 감각의 대주주가 되는 것.

내 모든 곳에 그 사람이 있는 것.

모든 노래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

자꾸만 손이 잡고 싶어 지던 것.(아무래도 난 아직도 손을 잡는 것에 대한 로망과 환상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뭐랄까, 가장 설렘 포인트가 있는 스킨십이랄까)

자주 심장 그 어디쯤이 마구 간지러워지는 것.

뭐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아마 20대까지는 아니, 20대 중반까지라 해야 하나, 결혼 전까지라 해야 하나.

아무튼 그때까진 사랑에 있어 이성보단 감정의 지분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해왔다.

아니다.

사랑은 설렘이나 떨림이란 감정 없이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30대.

어느덧 완전한 30대라 할 수 있는 중반이 넘어가면서,

자녀이기만 하던 사람에서 부모라는 역할이 추가된 사람이 되면서,

한 명의 남자와 어느덧 10년을 넘게 만나게 되면서,

나의 사랑엔 이성과 의지도 꽤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게 되어왔다.

감정만으론 사랑을 이어가기 어렵고,

감정에만 의존해서는 사랑을 지키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으며,

사랑의 감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쩌면 책임감이라는 의지나

오히려 감정을 추스르는 이성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감정이 날아가면 사랑도 끝나는 것이라 생각했던 때도 있었으나 그건 아니었다.



난 나의 아가들을 사랑한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까지 사랑을 해온 존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랑한다.

그들로 인해 나는 없고, 내 것보다 이들의 것이 먼저인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그것도 신이 난다.

하루에 몇 번이고 뽀뽀를 하고 안아달라고 사정을 해야 할 지경이지만 자존심이 상하기는커녕 행복하다.

난 나의 남편을 사...사.....  사ㄹ... 좋아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잡고, 손을 잡기 귀찮을 때도 많지만 먼저 안 잡아주면 기분이 나쁜 그를 사..사....사ㄹ.. 좋아한다.

늘 바쁜 그로 인해 독박 육아로 시달려 화가 나고 섭섭하기도 하지만 주말엔 그가 밤잠 같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을 허용(?)한다.

피곤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그가 행복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사..사.... 사ㄹ 이라고 말하기 싫다고 괜히 툴툴댄다고 해도

사실 이 또한

사랑이다.



얼마 전 환갑을 지나신 나의 아버님께 여쭈어보았다.

“아버님, 사랑이 뭘까요?”

코에 슬쩍 걸친 갈색 돋보기 너머로 스윽 보시고는 말씀하셨다.


“사랑은 나를 희생하면서 얻는 만족감이지.”



사랑은 변한다.

하트이고 뽀뽀이던 사랑이 있었다.

손잡을 때 느껴지는 떨림이 좋아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던 때도 있었다.

온 세상 노래가 나이던 사랑을 잡아서 간직하며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그 사랑은 점차 책임감이고 희생이 되어간다.

하트이고 뽀뽀인 사랑은 귀엽고 맑아 예쁘고,

모든 감각과 노래가 온통 그 사람이던 사랑은 설레고 두근거려 그립다.

그리고 나를 잊은 책임감과 서운함으로 점철된 사랑은 따뜻하고 성숙해 아름답다.


사랑은 변했지만,

여전히 사랑은 대단하고,

그래서 아마 우린 믿었던 사랑의 변화와 배신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사랑을 시작하며 사랑을 이어나가는 게 아닐까?


그러니 우리

오늘도 사랑하자.

아니 우린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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