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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Mar 30. 2021

멋대가리에 대하여



멋대가리.

멋 대가리.

멋의 대가리.

그렇다면 멋대가리는 멋 중에 최고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언제부터 최상급의 멋에 대한 그 워딩에는 필시 ‘없다’가 붙게 되었을까.

참으로 신기하고 알쏭달쏭한 언어의 세계이다.


지난 주말 비가 참으로 옴팡 오더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분홍의 꽃들이 겨우내 헐벗었던 가지 위로 겨우겨우 돋아나 얼굴을 내미는데

비가 옴팡 와버렸다.

날씨 생각 안 하고 스타일만 챙긴 주책 아줌마는 새하얀 벤시몽을 신고 물웅덩이를 피해 겨우 차에 탑승해서 말했다.


“벚꽃이 이 비를 이겨내질 못하겠는데? 다 떨어지겠어 진짜. 어떡해..”

그러자 옆에 앉은 남자가 대답했다.


뭘 어떡해, 다 떨어져서 못 보는 거지. 어차피 놀러도 못 가는데.



아씨.

내가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남자랑 연애를 해서 결혼을 하다니.

생각해보았다.

그는 언제부터 요노무 멋대가리가 저리도 없었을까?

그렇다. 그는 내가 참 신뢰하는 좋은 점을 가진 사람이다.


한결같음.


그렇다면 어떻게 저리도 한결같이 멋대가리가 없는 남자와

이리도 낭만을 중시하는 내가 만나 사랑이라는 걸 했을까?

참으로 신기하고 알쏭달쏭한 부부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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