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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Apr 11. 2021

난 네가 부러워(덴히편)


넌 나 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 했더랬지.

물론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지도 11살이 되도록,

아직 애완동물 기초반 수준의 명령어(가령 앉아, 손 이런 것 따위)

수행해내지 못한다 할지라도.

네가 맘마를 주는 우리 엄마에게만 충성을 다하는 

'자존심을 버리는 개'였을지라도

널 정말정말 좋아했어. 




그런 너에게 요즘 부쩍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너의 이야기를 좀 해보려해.

네가 직접 얘기 해 볼래?

자. 그럼 시작해볼까?




부제: 아. 갔습니다. 나의 전성기는 갔습니다. (호덴히 편)



난 응아만 해도 칭찬을 받았고, 

모두들 응아를 치워주며 꼭 엉덩이도 두드려 주었어. 

네가 오기 전까지 모두 나에게만 그랬다고.



언니들은 나의 예쁜 모습을 담으려고 애썼고,

나와 전혀 상관없는 것을 찍을 때도 자꾸만 나도 같이 찍으라고 했어.

가끔은 그게 너무 귀찮았지만

그걸 찍고 나면 보상으로 받는 까까가 아주 맛이 좋았으니까 그냥 참았지.

네가 오기 전까지 내가 그런 아이였다고.




무슨 말인지 그때는 몰랐어.

근데 언니들과 이모는 자꾸만 나를 앉혀놓고는 몇번이나 이야기 해 주었지.

그래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래야하는 거구나.' 생각하기 시작했어.

그리고는 이야기로만 듣던 네가 드디어 왔어.

그렇게 너를 만나게 되었고,

그제야 '아 이모랑 언니들이 말하던 그 아기라는 게 저건 가보구나.' 했어.

그런데... 




내가 응아를 했는데도 그냥 급하게 치워주기만 하기 시작했어. 

(어떨 때는 내가 싼지도 아무도 모르는 때도 있더라.)

처음엔 그냥 깜빡한 건 줄 알았는데..

다들 자꾸만 몇 번이나 그러더라?

하루종일 언니는 너만 예쁘다고 해.

하루종일 언니는 네가 제일 이쁘대.

하루종일 언니는 너만 안아줘.

하루종일 언니는 네 사진만 찍어.






미안해. 호덴.

아직 아가가 너무 아가라서

너를 안아주고 나서 아가를 안기에는 아가에게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랬어.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절대 아냐.

다만 진짜 아가는 아직 아가라 도움이 많이 필요해서 그런 거야. 

내일부턴 너도 더 사랑해주도록 노력할게. 정말 미안해.



* 호덴히가 증거물로 제출한 사진들
증거사진#1. 

이건 내가 전성기였을 때 사진이에요.

내가 차암 모델 많이 해줬더랬죠. 

(페이는 까까로만 받았어요.)


증거사진#2.

그 아이가 왔어요.

언니가 자기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부탁해서 그냥 들어주기로 했어요.


증거사진#3. 

저도 저 아이가 귀엽긴 한데요.

그래도 부러운 걸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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