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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한자몽 Apr 11. 2021

兒伱惹病



요 근래의 일들.


하나. 집이 꽤 자리를 잡았다. 

둘. 첫째가 낮잠까지 자고 집에 온다(이얏호)

셋. 벚꽃놀이를 다녀왔다.


참으로 일반적이고 잠잠한 나날인 것처럼 목록이 써졌네.

하지만 내 일상은 항시 전시상태다.

첫째가 아니야 병(兒伱惹病)에 걸려서 인 듯하다.



아니야병 [兒伱惹病]

아이가 상대로 하여금 화병의 상태로 이끄는 것으로 

매사에 아니야로 부정하는 형태의 생활방식을 보이는 질병.

두 돌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보인다.



< 예문 >


M: 잘잤어요?

C: 아니야!

M: 아 조금 더 자고 싶은데 엄마가 얘기한 거야?

C: 응

M: 그럼 조금만 더 누워있을까?

C: 아니야!

M:(아놔 어쩌라고)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확실히 사용하는 어휘가 많아졌고,

그로 인해 자기 주장도 강해지고 있다.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적어져서인지

인생 처음으로 혹독한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여서인지

낮잠시간이 부족해서 피곤한 때문인지

아니면 이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큰 아이의 아니야 병에 엄마 아빠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분명

큰 아이가 낮잠까지 자고 3시 40분에 하원을 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시간의 여유는 더 많아졌고

그간 미안했던 작은 아이와의 시간적 보상도 해줄 수 있어 좋은데

왜 이렇게 내 눈은 침침해지고 머리는 띵하며 밤마다 치킨이 땡기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치킨을 먹는다. 응? 그렇다. 핑계다. 그냥 치킨 됴아효)



얼른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첫째의 히스테리로(물론 둘째가 멋모르고 자꾸 덤비는 경향 많음. 커가며 점점 더 심해짐. 매일 매순간 세력다툼 발발) 둘째의 얼굴과 후두부가 성할 날이 없다. 

밀치고 때리고 울고 진실의 방에 소환되고 사과하고 다시 밀치고 때리고 울고의 뫼비우스.

조용한 순간이 거의 없는 하원에서 잠자기 전까지의 시간.


아. 조용한 이 시간이 너무 황금이다.

하지만 이 시간에 해야할 일은 왜그렇게 많은 것인가.

오늘은 성토의 시간으로 이 시간을 써버렸으니

이제 둘째가 낮잠에서 깨기 전까지의 찰나 같은 시간에 난 슈퍼소닉이 또 되어야 겠지.


즐거웠다. 성토의 시간이여.

곧 또 찾아올게요. 

김작가님의 그림과 함께.

오늘도 엄마들 우리 날씨에 현혹되지 말고(no gloominess, no blue) 잘 이겨내봅시다.

퇴근까지 이제 10시간밖에 안 남았잖아요?(밖에!!!! 밖에!!!!!!!!!!!!!!!!!!!!!!)





#20180405에서들고온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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