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먹기이다.
자취를 시작한 이후로 나름대로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다. 스팸구이, 계란프라이, 느타리버섯 김치전, 알배추전골, 어묵국 같은… 남들이 보면 ‘저것도 요리라고?’ 싶을 법한 음식들도 똥손인 나에겐 퀘스트 마지막 단계처럼 어렵다. 좁디좁은 부엌에서 혼자 우당탕탕거리며 요리하는 꼴이 때론 우습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 며칠 되진 않았지만, 요리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걸 느낀다. 가령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할 땐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재료를 무엇부터 썰면 효율적일지 같은 것을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한 가지 요리에도 이토록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게 놀랍다. 도대체 엄마는 어떻게 나를 30년간 먹여 살린 걸까.
작년 말에 가족에겐 이야기했지만 2022년 나의 목표는 ’요리하기‘였다. 한 달에 하나씩이든 아니면 몇 가지의 음식이든 직접 해보면서 반드시 요리에 재미를 붙이리라 호기롭게 다짐했건만, 이번 해에는 물건너갔다. 라고 말할 뻔한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요리를 조금이나마 하게 되었으니 소소하게라도 나는 올해의 목표를 이루어낸 셈이다. 물론 김치찌개 하나 못 끓이는 내가 아직 갈 길은 한참 멀었다. 나는 지금도 전자레인지에서 나는 작은 소리도 천둥소리처럼 깜짝 놀라고, 국물이 팔팔 끓으면 마음이 다급해지고, 겨우 계란프라이 하나 하면서 주방을 기름범벅으로 만들어버린다. 냉동고는 꽉 차고 냉장고는 점점 비어 가서 당분간은 엄마 반찬을 얻으러 자주 인천에 가겠지만, 그래도 나는 2023년에도, 2024년에도, 그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요리를 해볼 작정이다. 내가 나를 먹여 살릴 수 있어야 진짜 ’독립‘이 아닐까 싶다.
2023년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벌써 3번 넘게 들었다. 보통 나는 다음 해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때그때 추진하는 편이라 2023년 계획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내년 목표 역시 ’요리하기‘이다. 가짓수는 상관없고 일단 꾸준히 요리하는 게 목표다. 2023년이 끝나갈 때는 내 식탁 위에 온전히 내가 만든 음식들로만 가득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