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 사회초년생이 퇴사를 결심하며 배운 것들
결과도 결국은 과정이다.
25살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여태껏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전공을 살려 직업을 구할 생각도 없었다. 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게 되었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7살부터 26살 2월까지 군대 2년을 제외하고 17년을 학생으로 살아왔는데 첫걸음을 떼려고 하니 벌써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을 시작했다.
나는 전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주변 친구들이 19살, 20살부터 사회에 뛰어든 경우가 많았다. 이 친구들을 만나면 직장 상사 이야기를 하고, 연말정산을 이야기하고, 차를 사느니 마느니 이런 이야길 주로 했는데 내색은 안 했지만 대학이 나의 스펙이 되어주지도 못하는데 이 친구들은 그 시간 동안 몇 백, 몇 천만 원(심지어 분양받아 집이 있는 친구도 있었다.)을 모았다는 사실에 묘한 열등감과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다. 적게는 4년, 많이는 6년가량 뒤처진 내가 저 친구들을 따라잡고 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답을 찾으려 노력했고 두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는데 내가 저들보다 많이 버는 것. 돈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이었다.
돈을 많이 벌면서 돈과 경제를 공부할 수 있는 직업군을 찾던 내가 발견한 것은 사업과 영업이었다. 그리고 나는 리스크가 크고 투자금이 필요하다 느꼈단 사업이 아니라 영업에 뛰어들었다.
나는 영업에 뛰어들고 열심히 공부했다. 영업에 대한 선입견과 색안경이 강했던 만큼 더 전문가가 되어서 사람들을 돕다보면 인정받을 거라 생각했다. 실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성실했고, 걱정과 다르게 영업을 한다고 나를 끊어내지 않았고 점차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극심한 슬럼프가 왔고 인센티브로 운영되는 월급도 휘청거렸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어려워졌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기존 고객들을 챙기기 급급했다. 영업직이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려워졌다면 영업직으로서의 수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 깨진 독에 물을 붓고 있구나'
슬럼프를 극복하려 수많은 동기부여 영상을 보았고 자기 계발을 시작하고, 수면클리닉을 다니며 노력한 결과 다시 성과가 나는 듯싶었지만 금방 사그라 들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은 부활이 아닌 연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만큼 방향이 중요한 게 없구나. 내가 잘하는 것은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교육에 가까웠지 영업과 소개가 아니었다. 압도적인 노력의 총량은 넘쳐서 다른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신입 때 일과 사랑에 빠져 쏟아부었던 엄청난 열정을 다시 쏟아부을 체력과 자신이 들지 않았다.
직장에서 많이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죄송했다. 선임들은 아직 젊으니까 여기서 시간을 계속 버리지 말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라고 진심으로 권해주기도했다. 팀장님과 선임분에게 면담을 하고 퇴사를 결정했는데 감사하게도 팀장님께서 6개월 정도 이직 기간을 주시고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저 영업 경력 하나밖에 없는 게 불안했던 걱정과는 다르게 2주 동안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고 총 18곳의 회사에서 면접 제의를 받았으며 6개의 면접을 보고 4곳에 합격했다. 영업에 대한 경험과 온라인 창업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실 영업 외에도, 온라인 마케팅, 영업 데이터 관리, 관련 사무직 등 감사하게도 다양한 곳에서 나를 필요로 했다. 공부를 하며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찌할 줄 모르며 전전긍긍했던 것과 다르게 내가 사랑했던 일을 정리하자 놀랍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어떤 것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설렘이 새록새록 올라왔다. 이별이란 것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 새로운 출발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동반하지만 걱정 없는 도전은 불나방이 아닌 이상 당연하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더 많은 경험을 갈망하게 되었고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는 것을 배웠다. 2년가량의 첫 직장을 마치고 나는 프리랜서로 일 할 수 있는 마음이 맞는 회사에 최종 취업이 확정되었고, 23살 군 제대 후 복학하기까지 공부를 목적으로 창업했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이제는 수익창출의 목적으로 다시 준비하며 퍼스널 브랜딩을 준비하고 언젠가 꼭 쓰고 싶었던 책을 쓰고 있다. (옛날에 쓰고 싶었던 소설이랑은 다르게 동기부여 자기 계발서를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글의 힘은 놀랍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들 속에서도 내가 경험하지 못한 누군가의 경험을 보고 느끼며 배울 수 있다. 막연히 퇴사라는 것을 걱정하던 나는 이제 결과도 결국은 과정이라는 것을 배웠다.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법. 앞으로 내가 써 내려갈 이야기들에 대해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 설레는 감정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나는 불안한 2030 세대뿐만 아니라 첫걸음을 준비하는 학생들,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겪고 배우고 느끼며 쓰게 되는 내 이이야가 도움이나 위로,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