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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희 Dec 23. 2022

카공족은 싫은데 단골은 좋다?

손님이 다시 찾아오고 싶은 카페 심리

과거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현대에 와서 외부에 대한 위협이 줄어든 지금 실용성을 넘어 우리는 예쁜 옷을 찾는다. 전 세계적으로 패션이라는 분야의 규모를 보았을 때 놀라울 만큼 말이다.


그렇다면 현대사회에 빼놓을 수 없는 커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진심으로 커피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가장 카페를 많이 찾을까? 정답이 아니다. 커피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손쉽게 휴대폰 하나로 원두를 주문하고 핸드밀을 주문하고 드립을 내려 마신다. 귀찮은 사람은 캡슐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은 가까이 두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 진정한 커피홀릭은 오히려 술을 좋아하는 업무에 치여사는 직장인들보다 훨씬 카페 방문율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그들이 커피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앞서 말했던 카페에서 마시는 사람과 테이크 아웃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예전에 한 단골카페 사장님이 나에게 물었다.


"우리 카페 괜찮지 않아? 왜 손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항상 비어 보일까?"


아마 사장님은 어느 카페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손님들이 있는데 왜 유독 여기는 적을까라는 부분이 궁금하셨던 것 같았다. 사장님 말씀대로 그 카페는 인테리어도 포근하게 잘 되어 있고 테이블 간 간격도 여유가 있어 실내에서 마실 때 기분이 좋아졌다.


규모가 많이 작은 카페라면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한 손님이 신경 쓰일 수 있지만 넓을수록 그런 손님들이 없으면 카페가 휑해 보일 수 있다.


"사장님, 돈 조금만 써서 최대한 많은 자리에 콘센트 설치하세요. 카페 와서 사진 찍고 인스타 올리고 커피 마시면서 유튜브니 넷플릭스니 죄다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잖아요. 대학생들 과제라도 하려면 노트북 가지고 한두 시간 넘게 씨름해야 하는데 배터리 없으면 그냥 나가요."


해당 카페가 나름 가까워 자주 다녔는데 항상 보조배터리를 챙겨 다니는 나지만, 노트북을 챙긴 날에는 여지없이 다른 카페를 찾았다.


"요즘 노트북 하나로 일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 사람들 마음에 드는 카페 생기면 하루에 두 번, 세 번씩 와요. 그리고 주차장 쪽이든 건물 뒤 쪽이든 흡연공간 만드세요. 사장님 가게 문 앞에서 피는 손님들 못 쫓아내잖아요."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보면 구분되는 것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엄연히 다르다. 카페를 찾는 사람이 커피만 찾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우유음료, 차, 스무디, 과일주스 등 취향에 따라 주문하는 것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만약 단순히 커피 한 잔이 생각나서 왔다면 테이크 아웃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카페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심리가 무엇일까?


약속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공간. 시간이 붕 뜬 사람은 시간을 보낼 공간. 팀원들과 과제를 해야 하는데 집으로 부르기 애매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가족과 다투거나 집에서 무언가를 하기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혼자만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 공부하는데 앞에 도로공사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30분 후 친구를 만나야 하는데 배터리가 5% 남았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카페에 갈 때는 '커피 마시러 가야지'가 아니라 '커피 한 잔 하면서 해야지'가 대부분이다. 공간을 대여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매일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는 이유는 집에 친구를 싫어하는 강아지가 있을 수도, 집안일 다 해놨는데 친구 오면 차 한잔은 대접해야 하니 설거지를 또 해야 하는 게 싫을 수도 있다.


참 별거 아닌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특정한 이벤트가 생겨서 찾아오는 것이 아닌 아무 때나 편하게 찾아올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게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그 사람들이 단골이 되고, 충성고객이 된다.


실제로 사장님은 그 당시 막 전역한 23살인 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콘센트 자리를 늘리고 카페 옆 호프집 사장님께 부탁드려 재떨이를 비우는 대신 외부 흡연공간을 공유받으셨다. 그 후 복학한 나는 대학교에 내려가 한 학기를 보내고 올라왔다. 오랜만에 찾은 그 카페에는 벽 쪽(콘센트 자리) 모든 자리에 손님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각자 조용히 본인들의 일을 하고 있었다. 평소 카페에 오시던 분들은 꾸준히 오시면서도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한 것이다. 몇 달 전에 비교해 하루에 고정적으로 20잔 이상이 더 팔린다고 좋아하셨다. 간혹 공부하는 학생이 있으면 친구들이 해당 친구를 보러 와서 음료를 더 주문하기도 한다고. 지금은 사장님의 건강문제로 폐업을 했지만 그 당시 나는 제법 많은 커피를 공짜로 마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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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활반경 안에 가장 가까운 카페를 찾게 된다. 회사 제일 가까운 곳이 카페일 수도, 항상 산책을 하는 사람이 귀가하며 들렀다 갈 수도 있다. 이 사람들 대부분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은 하루의 루틴이다. 회사 앞에 있는 카페를 쉬는 날 찾아가지는 않는다. 이 사람들을 계속 내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딱 하나만 생각해보면 된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진짜 괜찮은 카페가 내 카페 맞은편에 들어왔다면 이 손님이 계속 내 카페로 올까? 새로 지어져서 우리 카페보다 깨끗하고, 커피도 500원이 저렴하다면?'


참으로 막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것은 아직까지 상상이다. 지금 찾아오고 있는 그 사람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안부 정도,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는 작은 서비스 정도면 충분하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하는데 걸리는 3분에서 5분 그 사이에 직접적으로 손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수 있고, 손님들은 대부분 좋은 기억이 남은 장소를 다시 찾게 된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거나 유통시키기 위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미 나와 있고 준비되어 있는 상태에서 고객의 니즈를 맞춰주는 것은  생각보다 큰일이 아니다. 백종원이 식당을 방문해서 컨설팅하는 것을 요약하면 셋 중 하나다. '비싸, 맛이 없어, 안 깨끗해' 기본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사장님의 시선이 아닌 손님의 시선으로 이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런 공간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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