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도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나는 손이 느린 사람이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다. 배움이 빠르지만, 세상은 친절하게 꼼꼼히 가르쳐주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려 노력하지만, 수동적인 성향이 강한 나는 항상 부족한 모습이 보인다.
최근에 같이 일하는 지인에게 "왜 그렇게 버티시는지 모르겠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일이 워낙 바쁘기도 하고 같이 일하는 분들이 성격이 나쁘지는 않지만, 말투가 센 경향이 있었다. 꼼꼼히 배우기에는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답답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버틴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직 배울 게 많다는 생각뿐. 어차피 딱 3개월 계약을 한 입장이고 사람이 부족해서 추가 근무나 계약 연장에 대한 말도 계속 나온다. 나는 그냥 묵묵히 열심히 했다.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는 초보자가 답답할 수 있지만 인간적으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일을 하며 너스레를 떨며 "으 죽겠어요(웃음)"는 종종 하지만 짜증이나 투정을 부려본 적은 없다. 바쁘면 나 포함 모두가 예민한 것을 알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 쓸 뿐이다.
그리고 그 지인이 알딸딸하게 나에 대한 이야기 끝에 한 말은 일에 대해서는 조금 답답하지만, 인간적으로 존경한다는 말이었다. 접점이라고는 3개월 그저 일터에서 깊은 얘기 하나도 없이 일한 것이 다인데 존경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술김에 "원희 씨는 일을 잘 못해요"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그분에 삶에 대한 각박함으로 방향이 전환되었다. 나는 그래서 위로하지 않았고 그냥 부족해서 공부했고 실행했고 스스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되찾은 이야기를 했다. 부러움을 느낄지 질투를 할지 작은 희망을 볼지는 잘 모르지만 부족한 위로보다는 '저런 인간도 있구나' 하며 새로운 기준점으로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느린 것이 솔직히 욕이 나오도록 싫다. 그런데 느리다는 것은 출발을 해봐야 아는 것이다. 나는 출발선에서 머뭇거리는 사람은 아니게 되었다. 내 단점을 단점으로만 남기는 사람은 아니다. 느린 만큼 단단히 가자. 배울 수 없다면 단단히 공부하자. 내가 N잡을 한다는 것에 생각보다 사람들은 경악한다. 사실 과거 1잡을 할 때보다 편하다.
이제 수입도 안정화가 되었고. 내가 느리다 오래 걸렸다 말하지만 내 또래 월급을 이 정도 여유를 가지고 벌 수 있게 만드는데 결국 열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 남들이 연봉협상을 하고 조금씩 파이를 키울 때 나는 더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 것이다. 답답하고 느리게 보인 부분들도 나에게는 결국 미학으로 남았다. 나는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나는 나로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