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희 Nov 20. 2023

행복과 우울의 바다

나는 매일 행복을 찾고 즐기며 살고 있다. 다만 그 행복을 대하는 자세는 제법 진중하고 무겁다. 오늘 주어진 행복에 취해서 더 큰 욕심을 부리는 것은 위험하다. 내일의 행복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마치 과음 다음 날 하루를 온전히 보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행복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앞서 말한 사치를 부리는 것보다 더 큰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경건하고 따뜻하게 행복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행복이 나를 찾아오게 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끌어당긴다는 것은 단순히 추상적인 것이 실체화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가령 지금 너무 좋은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는 순간이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전환되는 것처럼 말이다. 강한 마음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 현실적 요소를 통해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끌어당김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지금을 조금 더 예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현재를 사랑한다. 순간이 즐겁다.

당연하게도 종종 우울함에 빠지는 날이 온다. 그때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려 노력한다. 우울이 가득 찬 관객석으로 마치 유명 가수처럼 뛰어든다. 가수는 순간 본인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갈망하던 무대와 본인의 무기인 마이크, 화려한 조명까지. 그 찰나에 과연 가수는 무슨 생각이 들까. 관객과 하나가 되기 위한 다이빙에 가수를 짓눌러 온 수많은 짐들이 무너지는 감정을 받았다. 어깨와 등의 곡선을 타고 피부가 흘러내리는 듯한 짙은 감각을 느낀다. 그 소름 끼치는 기분에 나는 살아있다고 소리치게 된다. 네가 나에게 가까워지려 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하나라고 슬픔과 고뇌에게 달려간다.

나의 회복 탄력성은 부정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부정을 끌어안는 것이다. 너 또한 나와 같고 나의 일부이며 나 그 자체이니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 없다. 세상이 요동칠 정도로 꽉 끌어안고 그저 깊이 교감한다. 나와 나의 관계에는 이해나 공감, 계산 따위는 필요하지 않으니까. 나는 그렇게 나의 일부를 어르고 달래서 결국 내일을 보여준다.

'느껴져? 지금 흘러드는 이 감정이 우리가 같이 지켜낸 행복이야.'

나를 잠식해 가던 우울은 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벅찬 흐느낌을 느낀다. 마침내 정말로 행복이다.

작가의 이전글 소확행, 긍정이란 눈덩이를 굴리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