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위기와 기회, 그리고 대처방안
넷플릭스(Netflix)가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글로벌 플랫폼(Global platform)에 대한 국내 방송 업계의 견해가 서로 엇갈린다. 혹자는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을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다른 입장은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 시장을 독점하여 이른바 ‘넷플릭스의 하청업체’로 전락될 가능성과 나아가 문화적인 종속까지도 우려한다. 이처럼 방송 업계에서 사업자들은 저마다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넷플릭스의 활동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모두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현실적인 위기 상황은 공감하는 모습이다.
2018년 상반기,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서 ‘현지화’전략을 구사하며 국내 사업자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추진했다. 즉, 한국 시장에서 소위‘몸집 키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딜라이브 플러스 TV나 CJ헬로우 OTT 등 케이블 업체와 협업하는 형태로‘약한 고리 깨기’전략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는 이동통신사 LG U+와 손을 잡으며, IPTV는 물론 모바일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LG U+는 8만 8000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지원해줬다. 이는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며 동시에 고화질 시청에 적합한 요금제로 변경을 유도하고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프로모션 전략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동통신사 티 모바일(T-mobile)이 2017년 9월부터 넷플릭스와 독점으로 제휴를 맺고 결합 요금제를 선보이고 있다. T-Mobile ONE 요금제나 최근에 출시된 T-Mobile new Essentials 요금제를 통해 추가 비용 없이 넷플릭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가 있다.
국내 사업자들 입장에서 넷플릭스가 이동통신사와 제휴하면서 모바일에서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즉 국내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이동통신사와 결합하며 넷플릭스를 보다 쉽게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케이블 업체와 협업을 진행했던 것과 확연히 온도 차이가 있었다.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는 월간 순 이용자를 기준으로 88만 명으로 집계되며 국내 토종 OTT에 비해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2017년 12월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47명이었던 것에 비해 5개월 만에 약 2배 가까이 증가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충성 고객들이 많고, 요즘 같이 스트리밍이 보편화된 시대에 광고 없이 월정액만으로 콘텐츠를 무한정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시장 경쟁과 코드 커팅(cord-cutting)이라는 부담감은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초, 넷플릭스는 글로벌 콘텐츠에 대해 80억 달러(한화 약 8조 98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콘텐츠 제작에서 과감한 투자를 보이고, 심지어 방영권을 구매하며 국내 콘텐츠를 확보해가고 있다.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옥자’에 5000만 달러(한화 약 561억 원)를 투자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최근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비교적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는 뛰어난 작품이 아니라도 넷플릭스와 계약을 통해 경제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김은희 작가가 참여한 드라마‘킹덤’은 100억 원 투자해서 콘텐츠를 독점한 한 것으로 알려졌고,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등 지속적으로 국내 콘텐츠를 확보해 가고 있다. 특히 영화‘인랑’과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사들이며 다시 한번 넷플릭스가 한국 방송계에 미치는 파급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난 7월,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Snowpiercer, 2013)’가 넷플릭스의 미드로 새롭게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봉준호 감독뿐만 아니라 박찬욱 감독이 함께 제작에 참여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며, 제니퍼 코넬리(Jennifer Connelly)와 데이브드 딕스(Daveed Diggs), 한국계 배우 수잔 박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제작은 투모로우 스튜디오, 터너스 스튜디오 T, CJ엔터테인먼트에서 담당하며, 총괄 프로듀서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콧 데릭슨과 매튜 오코너가 맡게 되었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유명 창작자나 제작진, 배우들과 협업해서 넷플릭스만의 한국 콘텐츠를 구축해가며 역량 있는 인재들이 넷플릭스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자 국내 사업자들로 하여금 거대 자본력에 의해 종속되고 잠식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과정들을 학계, 업계, 정부 관계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향후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위기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유튜브를 통해 초기 대응에서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움직임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공격적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해외 플랫폼의 특수성으로 규제에서 비교적 관대했지만, 국내 플랫폼은 오히려 부적합한 콘텐츠를 엄격히 규제하면서 약화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을 제한하여 초반에 활성화되는 것을 저해했고, 이용자들이 유튜브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또한 광고 시간에서도 유튜브는 5초 이후 광고를 스킵(skip)할 수 있지만, 국내 플랫폼은 방송사 중계 영상이나 클립을 이용하기 때문에 ‘15초 광고 조건’을 통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점도 토로한다. 무엇보다도 유튜브가 국내 통신사에 무상으로 캐시 서버를 설치하며 망 비용을 줄였고 서비스를 확장할 수가 있었는데, 이는 실질적인 트래픽 사용료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들에 비해 전송 화질을 높일 수 있었다. 반면 국내 사업자들은 2016년 상호접속 고시 개정에 의해 용량 단위로 정산하는 정액제에서 트래픽 사용량을 기반으로 하는 종량제로 바꾸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는 이동통신 3사 역시 상호접속 요금에 의해 상호 정산 방식으로 바뀌며 망 비용이 증가되었기 때문에 국내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가 LG U+와 제휴하는 과정에서 국내 콘텐츠 제공 업체(CP)보다 유리한 수익배분과 망 사용료를 무상으로 요구한 것이 알려지며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고착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현실적인 대응 방안들로 구체화되며 하반기를 맞이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LG U+와 제휴하면서 방송 업계는 한바탕 파란이 일어났다. 6월, 지상파 사장단이 방송통신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실질적인 정책 방안을 요구했다. 또한 한국 방송협회와 한국 방송채널 진흥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방송 시장의 공정 경쟁을 촉구하며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산업 진흥 정책과 규제 정책이 이원화되어 기관마다 업무가 분산되어 있고, 규제 간의 비효율성이나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된다고 지적된다. 특히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필요한 규제를 강화하는 탄력적인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또한 이러한 요구들은 국회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규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방송 환경은 인터넷으로 확장되고 모바일을 통해 스트리밍 시청이 보편화됨에 따라 현행 방송법이 방송 산업 전체를 포괄한다고 보기가 어렵다. 즉, 방송법이 개정된 지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현행 방송법은 시대적인 변화나 방송 환경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가 어렵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를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도 찾을 수가 없다.
통합 방송법은 개정의 필요성이 언급된 지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진전 없이 답보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이슈 등에 힘입어 통합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24일 국회 공청회에서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을 통해 통합 방송법 초안이 공개되었다. 이 개정안은 제1장 제1조(목적)에서 ‘방송사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한다는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며 변화된 방송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제2조(용어의 정의) 7에서 유료방송사업 내 ‘부가유료방송사업자’를 포함하고 인터넷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자를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와 같은 OTT 사업자는 전기 통신 사업법을 적용받았지만, 통합 방송법에서는 부가 유료 방송 사업으로 규정되어 방송법 산하로 배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부가 유료방송 사업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글로벌 플랫폼도 방송법 안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부가 유료방송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고 지분 제한 규정 등 법적인 책무를 부과받아야 하지만, 외국인은 사업을 운영할 수가 없기 때문에 법적인 오류가 존재한다. 또한 방송사업자 분류가 단일 사업 영역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실질적인 한계를 보인다. 즉,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이 플랫폼 사업과 콘텐츠 제작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 개정안에서 제시한 분류체계로 사업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합 방송법에서는 해외 글로벌 사업자들을 대비하고 국내 사업자들을 보호해서 산업을 활성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국내 사업자들만 엄격히 규제대상이 되어 역차별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방송법 개정안에서 진입 장벽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인터넷 기업의 특성상 국내에 직접 진출하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넷플릭스의 경우 SVOD 방식으로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방송법 범주에 포함시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위기를 실감한 국내 방송사, 통신사, 포털업체들은 저마다 투자비용과 사업 규모를 확대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주력한다. 근래에는 방송사나 통신사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OTT 플랫폼에 대한 투자 규모가 평균 2~3배 정도 늘어났다.
방송사는 지상파 3사가 2012년 OTT 서비스 푹(POOQ)을 출시하여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현재 67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푹은 지상파 방송사 연합 OTT라는 이점을 활용해서 올해 하반기부터 TV 콘텐츠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푹에서 TV 드라마의 VOD를 선공개하거나 TV 방영분과 다른 결말을 제공해서 TV콘텐츠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밖에 독점 영상과 미방송분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통신사는 OTT 서비스의 10~30대 젊은 이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SK 계열사 SK브로드밴드(SK broad)는 모바일 OTT 옥수수(Oksusu)에 대한 콘텐츠 사업에서 100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보다 무려 5배가 늘어난 규모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옥수수가 외부 자본을 대규모 유치할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옥수수는 SM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하여 10~20대 시청자들이 볼 만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에 주력할 전망이다. 또한 옥수수(Oksusu) 가입자가 900만 명을 넘어서며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데, 옥수수를 SK브로드밴드(SK broad)에서 분할하여 SK 텔레콤 산하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SK가 옥수수를 독자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서 한국형 넷플릭스로 키워보겠다는 비전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KT는 올레 kt모바일을 통해 오리지널 웹드라마를 비롯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위해 전문 콘텐츠 제작사 iMBC‘해요TV’와 CJ ENM의 ‘다이아 TV’등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CJ 디지털 뮤직의 엠넷 닷컴을 흡수 합병한 국내 2위 음원플랫폼 지니뮤직과 제휴하며 대규모 음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포털 업체들은 유튜브와 같은 하우투(How to) 영상을 제작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시킬 계획이다. CJ ENM은 OTT플랫폼 티빙과 다이아TV를 통해 크리에이터를 확보하고 이들을 활용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빠르게 성장하게 된 것은 끊임없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연구하고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왔다. 2011년 넷플릭스 가입자는 2,500만 명으로 집계되었지만, 올해는 1억 2,500만 명으로 약 400%가 증가했다. 2020년에는 2011년에 비해 약 8배 이상 성장 속도가 증가할 것이며 2억 명으로 가입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2030년까지는 약 3억 6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대체적으로 넷플릭스가 지닌 독창적인 콘텐츠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넷플릭스가 성장하는 핵심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이용자의 80% 이상이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추천시스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넷플릭스 주가 등락이 오리지널 콘텐츠의 예고편이나 출시일과 묘하게 엇비슷한 점에서도 넷플릭스에 대한 기대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가 있다.
미국에서는 2017년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미국 주요 케이블 TV 가입자 수를 이미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국 규제 기관 오프콤(ofcom)은 지난 7월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가 영국 유료 TV 서비스를 넘어선 것으로 발표했다. 2017년 기준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멕시코(72%), 브라질(67%), 아르헨티나(64%), 미국(62%), 캐나다(56%) 순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캐나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캐나다 SVOD 가입자 수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2010년 캐나다에 진출한 이후,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의 50%에서 시청률에 절대적인 힘을 미친다고 추정한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이마케터(eMarketer)는 넷플릭스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자 중에서 캐나다 넷플릭스 이용자를 올해 1,330만 명으로 예측하는데, 이는 전년 대비 9.6% 증가한 수치이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주요 국가들의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영국에서 넷플릭스의 진출은 성공적인 편이며 SVOD 비중이 2012년 35.5%에서 2016년에는 65.1%로 크게 성장했다. 프랑스에서 넷플릭스의 시장점유율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51.7%로 집계되었으며 독일은 2017년 20% 수준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넷플릭스의 시장점유율을 9% 정도로 추정되었으나 최근 증가하는 추세이다.
미국 내에서도 SVOD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물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유튜브 프리미엄(YouTube Premium) 등 IT 기업이 주도하는 SVOD 서비스는 물론, 훌루(Hulu), HBO NOW 등 기존 방송 사업자가 주도하는 SVOD 서비스까지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디어 시장 규모가 한정적인 것에 비해 경쟁자 수가 늘어나며 오히려 가입자 성장률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 리서치 조사회사 Magid & Associates는 설문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스트리밍 형태로 시청하는 비율이 많은 것에 비해 서비스에 새롭게 가입하거나 추가하는 비율이 낮은 것을 밝혀냈다. 즉, 응답자 중에서 1/3(32%)은 SVOD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인데, 이들 중에서 6개월 이내에 SVOD에 가입할 의사를 밝힌 사람은 고작 4%밖에 되지 않았다. 다음 <그림 5>는 ‘미국 SVOD 가입자 변화’에 대한 그래프인데, 넷플릭스 가입자는 신규 가입자 5% 것에 비해 서비스 중단자가 7%를 보여 –2%로 가입자 성장률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크게 4가지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사업자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었기 때문인데 스트리밍 서비스가 양적으로 늘어났지만 이용자들은 현실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가입해서 이용할 수가 없다. 즉, 시장 규모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해진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신규 서비스가 계속해서 늘어나며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각 서비스에서 가입자 증가율이 낮게 나타나는 결과를 보인다. 특히 SVOD 주요 시청층인 18세~29세 젊은 이용자들이 정해진 지출 비용으로 인해 1개 서비스만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용자들은 시즌별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욕구(needs)를 충족하기 위해 특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여러 서비스들을 번갈아서 이용하며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이용한다.
세 번째, 여러 명이 함께 계정을 공유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가입자 순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넷플릭스와 같은 SVOD 서비스는 젊은 이용자를 중심으로 여러 명이 계정을 공유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18%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넷플릭스는 요금대별로 베이직, 스탠다드, 프리미엄 등 3가지로 서비스를 차등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러 명이 계정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동시접속 인원은 베이직 서비스를 제외한 스탠다드 서비스와 프리미엄 서비스에서 제공된다. 스탠다드 서비스(가입요금 12,000원)부터 2명이 계정을 공유할 수 있고, 프리미엄 서비스(가입요금 14,500원)는 4명이 계정을 공유할 수가 있다(<그림 6> 참조).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들 역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지인과 계정을 공유해서 구독료를 나눠쓰거나 자녀가 가입한 계정으로 온 가족이 함께 공유해서 시청하기도 한다.
네 번째, 비용이나 효과 측면에서 컴캐스트(Comcast)와 같은 기존 케이블 업체들이 셋톱박스와 스트리밍이 결합된 패키지를 개발하여 제공하는데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HBO가 넷플릭스와 제휴하는 것 대신 HBO NOW로 변신하며 자체 프리미엄에 더 집중했다. HBO NOW는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는 전략을 통해 오히려 가입자를 확보했고 이는 케이블 채널 HBO의 가입 역시 증가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 방송 시장은 점점 감소하고 있지만 HBO는 반대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디즈니 역시 2019년 자체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지난 8월 10일에는 넷플릭스에서 마블 영화의 스트리밍을 전면 중단시켰다. 디즈니는 원작 애니메이션부터 마블 시리즈까지 대표 흥행작들을 통해 자체 플랫폼의 입지를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OTT 서비스 훌루에 대해 더 이상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훌루는 디즈니, 폭스, 타임워나, 컴캐스트 등 미국의 주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공동으로 만든 플랫폼이다. 디즈니는 훌루에 대한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해서 다른 경쟁 기업들의 개입이나 갈등을 통제하고자 했지만, 컴캐스트와 NBCU가 훌루의 통제력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즈니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직접 소유해서 운영하며 훌루와 적절히 보완관계를 유지하며 글로벌 콘텐츠 유통시장을 확대하려는 목표를 지녔다.
SVOD 가입률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모든 SVOD 서비스에서 젊은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감소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넷플릭스가 최근에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프로모션 광고를 에피소드 사이에 삽입하는 실험을 진행하며 이용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넷플릭스에 의하면 이용자들이 더 빨리 다른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광고를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일명‘몰아보기(Binge viewing)’라는 새로운 시청 패턴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근래에 광고 실험을 통해 몰아보기 시청을 방해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인다. 더욱이 넷플릭스가 월정액의 구독형 서비스인 만큼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시청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이에 대해 미국의 유명 커뮤니티 레딧(Reddit)과 트위터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강한 불만들이 표출되기도 했다. 또한 넷플릭스는 오늘날 성장 기반이 되어준 이용자 평가를 철회하기로 발표했다.
미국 시장에서 SVOD 서비스가 포화상태에 이르며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미국‘아시아 태평양 지역 온라인 비디오 및 확장(Asia Pacific Online Video and Broadband Distribution)’연구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나 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광대역 및 디지털 지불 비용이 증가하며 SVOD 규모가 확장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특히 아시아 전 지역에서 SVOD의 급격한 성장률을 보이며 미국 시장과 격차를 거의 줄여나가고 있으며, 올해 수익은 약 300억 달러로 예상하며 2023년까지 51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처럼 아시아 지역이 시장 가치가 높아지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현지 및 할리우드 영화 저작권 비용, TV 스포츠 중계권 비용 등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향후 5년 동안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의 주요 경쟁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연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광고 수익과 구독료를 포함해서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2018년 약 210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480억 달러(한화 약 53조 6,400억 원)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광고가 주요 수입원이지만, 가입자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특히 가입자 기반 플랫폼에서 중국과 일본이 급성장한 것에 비해 인도 동남아시아, 한국, 대만 성장률이 더딘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싱가포르에 아시아 총괄 지사를 두고 있는데, 지난 4월부터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0~15명의 현지 인력을 채용할 계획을 밝히고 공개 채용을 실시했다. 당시 채용 분야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자, 오리지널 콘텐츠 포스트 프로덕션, 재무 관리자, 콘텐츠 수급 담당자, 행정 보조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5월부터 서울에 상주하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싱가포르 지사에서 관리하지만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를 세계 팬들에게 선보이는 것에 목표를 둔다고 밝혔다. 현재 링크드인(Linked in) 채용 사이트에서 넷플릭스를 검색해보면 거의 1주일 단위로 미디어 관련 고급 인력들을 꾸준히 충원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단순히 한국 시장 자체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즉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고 비싼 가격에 팔리는 것이 바로‘한류’라는 점에서 한국 시장은 아시아 시장 전체를 공략하기 위해서 콘텐츠 제작의 거점 시장으로 훌륭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은 SVOD 가입자가 현재 60%로 집계되며 2023년까지 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상 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시장이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넷플릭스가 아직 진출하지 못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장악하게 된다면 한국 콘텐츠를 통해 중국 시장 역시 차츰 노려볼만 하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격히 증가하며 각국에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아마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응하고 있다. 주로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일정 부분 규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넷플릭스의 본고장인 미국 내에서도 유사한 형태를 보였는데, 미국은 각 주(states)별로 주법에 따라 서로 다르게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 내에서도 세금 부과에 대한 문제는 아직 일치되지 않고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국은 세금 사용 용도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데, 해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부과한 세금을 통해 자국의 공영방송을 위한 보조금으로 사용하겠는 계획이다. 반면, 캐다나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을 논의하는 것과 달리 방송법을 유연하게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보인다. 이처럼 각 나라별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처하는 자세를 서로 다르지만, 무조건적으로 규제하고 차단하기보다는 자국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각국의 세부적인 내용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미국
미국 내에서도 넷플릭스 통해 스트리밍 시청형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넷플릭스를 세금부과 대상에 포함이 될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켄터키(Kentucky)주 세금 항소위원회(Board of Tax Appeals)는 스트리밍 서비스(streaming service)는 다중 VOD 프로그램 서비스이기 때문에 세금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판결은 연방법에 관계없이 켄터키 주 세법상 넷플릭스를 ‘멀티 채널 비디오 프로그래밍 서비스의 공급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케이블 서비스’는 반드시 ‘통신 서비스 제공 업체’가 소유 한 시설을 통해 전송해야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넷플릭스는 과세 대상인 ‘케이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 징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반면 시카고(Chicago)에서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일명 ‘오락세(Amusement Tax)’를 부과했다. 이에 대하여 일부 시카고 주민들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오락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세금 인상에 대해 시카고 시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카고 지역 이용자들은 스트리밍 미디어를 구매할 때 9%의 세금을 지불하고 있다. 당시 시카고 재무부에서는 영화, 음악, 그리고 비디오 게임을 제공하는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상으로 오락세를 부과하고 있다. 얼마 전, 애플이 나서서 시카고 지역 이용자들이 지불하고 있는 이른바‘넷플릭스 세금(Netflix tax)’에 대해 법적인 문제를 새롭게 제기했다. 이는 시카고 지역 오락세에 추후 애플 뮤직과 아이튠즈가 포함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주장하는 내용은 지난 2015년 시카고 주민들이 집단 소송했던 내용과 유사하다. 시카고 주민들이 지불하는 오락세금 9%는 인터넷 세금 자유법(Internet Tax Freedom Act: ITFA)과 일리노이 헌법에 의해 위배되는 내용이다. 특히 인터넷 세금 자유법에서는 온라인 서비스의 과금방식은 일반 과금방식과 다르게 과세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애플은 시카고가 아닌 다른 지역의 콘텐츠를 스트리밍 할 때도 오락세금을 오락세금을 동일하게 부과하는 것은 시카고 지역의 권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 캐나다
캐나다 정부는 ‘2018년 방송 및 통신 법안’을 검토하고 이 내용을 발표했는데, 부분적으로 OTT 서비스를 규제해서 캐나다 제작산업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를 두고 있다. 캐나다 방송 업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사업자들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캐나다는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는 정부 차원에서 과세 대상이 아니다. 주로 Rogers, Bell, Shaw 및 Videotron을 포함하는 캐나다 미디어 기업들의 과점 현상이 논쟁대상이다. 캐나다 미디어 사업자들은 ‘메이드 인 캐나다(Made in Canada)’ 프로덕션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불공정한 배분 구조로 외국 기업에 대한 경쟁적 우위를 갖게 했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계 디지털 서비스가 지불하는 이른바‘넷플릭스 세금’통해 캐나다 제작 산업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하며 불만을 나타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넷플릭스만으로도 2020년까지 5년간 캐나다의 판매 세금에서 5억 달러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2017년 9월, 캐나다 정부는 넷플릭스가 5년 동안 캐나다 제작물에 5억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캐나다 문화유산 장관 멜라니 졸리(Melanie Joly)가 발표한 새로운 문화 정책의 핵심 사항이며, 캐나다에서 운영되는 외국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또한 이 정책 방향은 일반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2018년 5월, 리서치 커버리지(Research Coverage)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과반수 이상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현재 캐나다는 방송 통신 법안에 대해 검토가 진행 중이며 2020년 1월에 최종 변경안이 제안될 예정이다. 이는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수용하기 위해서 기존 방송 규제를 개정하는 모습이며 새로운 법안은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방송법이 유동적으로 허용됨으로써 새로운 방송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할 때 더 민첩하고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방송사 입장에서 캐다나 콘텐츠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OTT 서비스가 동일한 가이드 라인이나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언급한다.
(3) 기타 해외 국가들
영국 노동부에서는 영국 미디어 산업 개혁안을 통해 IT기반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BBC 수신료를 보조할 수 있는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덴버러 TV페스티벌에서 열린 연설에서 BBC 기금을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라이센스 수수료’를 제안할 것으로 밝혔다. 이 새로운 세금이 BBC 수익을 보장하고 전국 방송사가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기업과 효과적으로 경쟁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칠레에서는 넷플릭스와 에어비앤비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이 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세금 10%를 부과해야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칠레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별도의 법안을 추진중이기 때문에 이 경우는 세금 부과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유럽 연합 국가(EU)도 3% 디지털 거래 세금을 부과하는 유사한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방송 시장은 넷플릭스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경쟁이 극도로 심화된 상태였다. 방송이 인터넷으로 확장되고 모바일에서 스트리밍 시청형태가 보편화되면서 방송은 다양한 형태로 다변화되었다. 방송이 지닌 공익성과 공정성은 이미 고리타분한 한물간 유행이 된 지 오래전 일이 되었고, 상업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오락물에 치중하며 방송의 가치가 하락되고 있다. 또한 맞춤된 방송은 시청자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사회집단을 해체하고 더욱 소규모 집단으로 구조화하며 오히려 사회로부터 고립시켜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방송 업계가 지닌 문제점들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즉 넷플릭스가 몰고 온 국내 방송 시장의 ‘메기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OTT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247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1년에는 약 36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3~2021년까지 SVOD는 20.38%의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TVOD는 11.7%로 방송 시장에서 SVOD가 점차 선점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럽에서는 SVOD 가입자 4,000만 명 중에서 50% 이상이 넷플릭스에 가입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BBC 수용자 연구에서도 16~24세 젊은 이용자들은 BBC에서 제공하는 아이플레이어(iPlayer)보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연합(EU) 국가들은 자국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쿼터제나 주요 방송사를 중심으로 연합 OTT를 만드는 방식으로 넷플릭스와 글로벌 플랫폼에 대응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면서 중국은 아예 넷플릭스를 규제하고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은 민영방송국 5개가 모두 OTT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심화된 상태이다. 일본 방송계 역시 콘텐츠 평가 기준이나 수익 구조 재정비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이미 해외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 왔고, 그들이 지닌 자본력은 국내 방송 업계가 따라가지 못할 만큼 상당한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장해 가는 일은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국내 사업자들과 실제 협업을 진행하며 불평등한 조건들을 하나, 둘씩 제시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사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국회에서는 통합 방송법과 콘텐츠 가치 정상화 등 법적 규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가 어렵다. 또한 방송 시장에서 불공정한 거래 문제는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사업자들에게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이는 콘텐츠 가치 정상화 세미나에서도 방송 프로그램 공급자(PP)의 프로그램 사용료 문제를 논의하여 향후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과 플랫폼 산업에 대한 투자 지원 및 확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방안들은 여전히 논의가 부족하다. 넷플릭스가 지금의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은 바로 기존 방송 시스템을 과감히 혁신하며, 창작자들에게 유연한 창작기회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현재 소위 ‘네임파워(name power)’를 지닌 창작자나 제작자, 그리고 연예인들이 넷플릭스로 대거 유입되는 모습은 우리 방송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 시장에서 비록 코드커팅은 실패했지만, 방송 업계를 깊은 고민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분명하다. 특히 통합 방송법 공청회에서 제시되었던 ‘방송법 전부개정법률’은 시대적인 변화를 인지하고 방송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있지만, 사업자들을 단순히 단일 사업 영역으로만 취급해서 단편적으로만 구분했기 때문에 법리 해석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려는 목적으로 제안되었지만,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져 보인다. 더구나 넷플릭스는 실시간 방송을 하지 않는 SVOD 플랫폼인데 방송법에서 이 부분까지 어떻게 포괄시키고 통제할 것인가?
해외 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대처하고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여 증진시키기 위해 실용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부 내용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형태를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얼마 전, CJ ENM에 대해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되었다. CJ ENM이 넷플릭스에 드라마 해외 판권을 약 300억 원에 팔았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가 많아지면 국내 방송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아울러 CJ ENM이 성장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공적 책무를 부과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J ENM은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이며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의하면 부과 사업자가 아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CJ 오쇼핑과 합병하며 홈쇼핑PP로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일부 지불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인다. 국내 사업자들이 넷플릭스 같은 해외 사업자들과 협업해서 글로벌 진출 기회나 사업적인 이득이 발생한다면 저지시킬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거나 불공정한 경쟁을 주도하게 될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다. 아직 BBC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지만, BBC처럼 일정 비율의 세금을 부과해서 그 비용을 국내 방송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보인다.
국내 사업자들은 자체 OTT 사업 부분에 주력하며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미 방송 시장이 심화된 경쟁상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별적으로 대응 모습을 보여 마치 2000년대 신문이 포털사에게 주도권을 뺏겼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사업자들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각자 OTT 영역을 강화하고 있는데, 미국 케이블 업체 HBO처럼 다른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퀄리티가 높고 독자적인 콘텐츠를 자사 OTT에서만 노출시켜 기존 채널과 연동해서 강화하고 이용자를 확보하는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스트리밍 시청이 많은 것에 비해 양적으로 늘어난 서비스들로 인해 가입자 증가율이 낮은 수치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동일한 현상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즉,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규 OTT를 출시해서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서비스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옮겨 다닐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사업자별로 개별적인 대응보다는 연합체계를 통해 서비스 효율성과 안정된 비즈니스를 동시에 구현하는 편이 더욱 실용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별 OTT운영할 경우 투자비용에서 부담감을 지닐 수 있지만, 연합구조에서는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이용자가 서비스마다 단시일 동안 이용하던 패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상파 연합 OTT 푹과 스마트미디어렙(Smart Media Representative: SMR)을 운영해오며 사업자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지분구조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 간의 조율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해외 플랫폼의 저력을 보여주며 국내 방송 업계를 각성 켰지만, 정작 넷플릭스의 자본력, 시장 독점, 문화 종속, 규제 등만 논의되고 있다. 최고의 기술이 접목된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연합 플랫폼을 출범한다고 해도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은 플랫폼 전략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넷플릭스가 시청자를 최우선에 두고 불필요한 절차들을 간소화해서 항상 변화에 유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우리 방송 업계도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1. 본 내용은 『방송문화』 2018 가을호 (p70-95)에서 '진단 글로벌 미디어 이슈' 실린 원고내용과 동일합니다(http://www.kba.or.kr).
2. 또한 해당 내용은 8월 말~9월 초 이슈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을 알려드립니다.
3. 마지막으로 본 내용은 저자가 학자로서 지닌 개인적인 견해이며, 저자가 귀속된 사측의 입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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