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어제는 감기몸살에 걸려 하루를 꼬박 앓았습니다.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낄낄거리며 또 어디를 돌아다니고 좋은 것을 먹고 마시지 않는 나라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넘어가지 않는 밥과 밤새 베개를 적신 식은땀이 다행이었습니다. 방법을 모르겠던 애도가 이리 무식하게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것이라면 그래 이렇게라도 기꺼이 하겠다 하는 나쁜 심산이었습니다.
올해는 웃어넘길 수 없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자주 감기와 장염에 걸렸고 몇 차례 소속을 잃어 방황했고 통탄스러운 마음에 자주 몸이 부들거렸습니다. 삼재에 아홉수라 그렇다는 말로 겨우 견뎌낸 마음이 이제는 바닥을 보여가는데, 다행히도 오늘이 이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합니다. 다만 내년은 무엇을 탓하며 버텨내야 할지 그것이 걱정입니다.
삶의 의미는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는 글귀를 보았습니다. 삶은 결국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말할 줄 알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자꾸만 분노하게 하는 세상이 사랑을 말하는 것을, 나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습니다. 당신들의 사랑이 안녕한지 꼭 묻고 싶은 연말입니다.
저는 저번주 포켓 사이즈의 미세 저울을 샀습니다. 주 용도는 찻잎의 무게를 재는 것인데요. 요즘 저의 사랑이 된 그것을 위한 만 원짜리 노력이었습니다. 몇 그램의 지식을 알게 된 것이 세상을 얻은 듯 행복한 요즘입니다. 내년에도 모두 그렇게 한 줌의 사랑을 찾아낼 수 있기를 그럼으로 나 자신을 또 지켜낼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내년에 바라는 일을 적곤 했습니다. 그날만큼은 평소 안 하던 욕심도 괜히 부려보곤 했는데요. 올해는 ‘건강하게 이곳에 서있자’라는 문장만 적고 메모장을 닫아봅니다. 이 짧은 문장조차 큰 욕심으로 느껴지는 날입니다. 불편한 마음을 잊고 싶어 또 물을 끓이는 제 자신이 참 이기적인 모양새구요.
황인찬 시인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라는 책을 남기며 글을 맺어봅니다. 그곳에선 삶이 계속됩니다.
모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