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사랑

히데코,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by 유옥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는 유독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하녀 숙희가 아가씨 히데코의 송곳니를 갈아주는 장면.


“송곳니가 너무 뾰족해서 자꾸 볼을 찔러.”


그러자 숙희는 아무렇지 않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손을 뻗는다. 입술을 젖히고, 검지를 깊숙히 집어 넣어 그녀의 치아를 문지른다.


©pinterst

그 장면은 이상하게도, 너무도 녹진하다.

녹진하다는 건 물리적인 질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서적인 감촉이기도 하다. 끈적하고, 따뜻하면서 천천히 번져오는 어떤 것이다.


누군가의 아픔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채고, 알아차려서 망설이지 않고 움직이는 손. 그 손이 닿는 곳이 몸의 가장 은밀한 내부라는 점도 그렇지만,

그보다도 ‘해도 될까?’라는 물음 없이 덜컥 저지른 행동이 먼저였다는 것이 유독 내 마음을 흔든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종종 말보다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 행동은 대개 이렇게 다정하게 기이하다.

이해할 수 없는데,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감정.

설명할 수 없지만, 직관적으로 납득되는 선택.

그것이 내가 그리는 사랑의 움직임이다.


만약 사랑의 모양을 시각화할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송곳니를 조심스레 문지르며 다듬는 손의 움직임.

차가운 금속의 소리도 아니고, 날카로운 통증도 아니다.

오히려 그건—

아주 어린 날, 어머니가 다친 무릎을 입김으로 불어 식혀주던 순간에 가까이 닿아있다.



사랑은 아마도 날카로운 것에 닿은 부드러운 손길일 것이다. 누군가의 가시에 찔려도 멈추지 않고, 그 가시의 끝을 둥글게 깎아주는 마음.


©pinterst


서툴지만 꾸준히, 겁이 나지만 다가가는 용기.

그것이 송곳니를 갈아주는 장면으로, 그렇게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랑을 상상한다.

그 사람의 안쪽으로,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한 감각의 틈으로

망설임 없이 손을 넣는 장면.


©pinterst

도망치지 않고, 다치더라도 괜찮다는 듯이,

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니,

뾰족한 마음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는 그런 손이 되고 싶다.

혹은 누군가에게 그런 손을 내밀어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부드러운 입속의 풍경 같은 사랑.





글, 편집 | 유옥(瑜)​
@0k.Y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