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아무도 내게 글을 쓰라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쓴다. 아니 쓰고 싶다. 그것도 무척 잘.
쓰는 일은 언제나 나를 살게 하는 유일한 회복의 기술이었다.
그래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나를 붙잡기 위해 나는 오늘도 문장을 깎고 다듬는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이 살아 있는 유일한 증거 같아서.
요즘 들어 글은 점점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막다른 골목길 끝에 선 사람처럼 어디로 몸을 돌려야 미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랍 구석을 다 뒤집어 방을 정리해도 마음의 먼지는 그대로 남아 있다. 낯선 도시로 떠나보기도 하고, 새로운 풍경 속에 몸을 던져보기도 하지만, 불안은 끝내 내 안에서 잎맥처럼 다시 돋아난다.
‘재능과 노력, 정말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퍼질 때면 불안은 파도처럼 밀려온다. 나는 겨우 그 위를 헤엄쳐 나가며 숨을 고른다.
때로는 성과 없는 시간들이 나를 무가치하게 만드는 것
같아, 그 앞에서 작아지고 만다.
내가 쓴 문장이 세상에 닿지 못할까 봐, 아무도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밤마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천장을 바라본다.
쓰는 일은 결국 나를 정갈히 깎아 세상에 내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내 안에 남은 것이 남루하고 부박해 보일 때면 그 용기가 흔들린다.
거의 모든 것을 내걸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도 끝내 치열하게 싸워 얻어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말랑함이 싫다.
그럼에도 나는 결국 또 쓴다.
이해할 수 없지만 이건 어쩌면 내게 부여된 사명 같은 것이다.
가끔은 펜을 들고도 아무 말도 적지 못한다.
그럴 땐 마음이 퍼석하게 말라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침묵의 시간 끝에는 언제나 문장이 남는다. 무너진 문장 속에서도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글을 쓰는 일은 결국, 나를 믿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를 믿게 하는 일이니까.
아직 미완의 문장처럼 서툴고 어색한 삶이지만, 나는 오늘도 여기에 앉아 몇 줄의 문장을 적는다.
언젠가 이 문장들이 누군가의 흔들리는 새벽을 건너는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라면서.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 나는 다시 펜을 들 힘이 생긴다.
글, 편집 | 유옥(瑜)
@0k.Y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