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동정, 그 결핍의 경계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불안정한 존재라, 어쩌면 자신과 닮은 듯한 또 다른 존재를 끊임없이 갈망하고 기다리는 것 같다. 오랜 불안과 허무에 시달려 온 나는 이따금 어떤 이들 속으로 마구 헤집고 들어가 자리를 하나 차지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저분하게 늘어진 상처를 소독하고, 새살이 돋도록 연고를 바른 뒤 반창고까지 단단히 붙여두고 나오는 상상을 한다.
스스로 치유하지 못했던 깊은 결여를, 타인의 아픈 자리를 어루만지며 막연하게 채우는 것이다.
무미건조한 세상 속에서, 내가 당신의 샘이 되면 어떨까.
깊은 공허로 텅 비어린 눈동자를 마주할 때면 나는 늘 그런 망상에 휩싸인다.
나의 구원조차 이루지 못했으면서도, 누군가의 유일한 구원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알 수 없는 고통과 내면의 불길에 휩싸여 재가 되어가는 이를 마주하면, 내 안에서 욕심이 꿈틀 댄다.
나는 온전하지 못하다. 내 앞에 놓인 얕은 감정의 골에도 자주 걸려 넘어진다. 종종 내 무릎이 까져 피를 흘리며 울면서도, 뒤따라온 그의 무릎을 걷어 확인하고는 안심한다. 함께 넘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어쩐지 존재의 이유가 생기는 것 같아서.
그러나 함께하는 것이 언제나 해답은 아니다. 누군가를 돕는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 알량한 동정과 취약한 우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것은 선보다는 오히려 악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나는 나 자신에게 늘 질문한다. 너는 왜 타인의 고통에 기대어 서 있으려 하느냐고. 왜 스스로를 치유하는 일보다, 타인을 구원하는 일에 더 매혹되는가. 대답을 찾지 못한 채, 나는 여전히 사람들의 빈자리 곁을 서성인다. 그 틈새에서 불완전한 위안을 얻으면서도, 그 위안이 결국 나의 결핍을 더 깊게 파고들고 있음을 안다.
어쩌면 구원은 애초에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타인의 상처에 손을 얹는 순간에 그 고통은 내 몸에 전이되고, 내 불안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나는 끝내, 치유와 파괴 사이에서 흔들린다. 누군가를 끌어안고 지켜내고 싶다는 뜨거운 충동과, 그 마음이 실은 자기 연민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자각 사이에서.
그러나 동시에 안다. 이 불안정한 마음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임을. 완전하지 못한 존재가 서로의 결여를 더듬으며 잠시 머물다 가는 것. 우리는 누구도 온전히 구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을 꿈꾸는 바로 그 순간에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나는 오늘도 망상과 결핍을 끌어안은 채, 타인의 무릎과 내 무릎을 함께 어루만진다. 그것이 사랑이든 동정이든, 혹은 그 경계 어딘가에 머무는 애매한 감정이든.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무너져가는 세상 속에서도 나와 당신이 함께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글, 편집 | 유옥(瑜)
@0k.Y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