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가장 행복할 때 겁이 날까.
두 사람이 눕기엔 조금 비좁은 침대에서 우리는 늘 서로를 향해 마주 보고 눕습니다. 당신의 가슴과 나의 가슴이 닿고, 무릎이 가볍게 얽히고, 이불은 밤새 조금씩 밀려나 바닥으로 흘러내립니다. 그 좁은 자리에서 나는 자주 생각합니다.
이렇게 두 몸이 가까울수록, 이상하게도 세상은 더 멀어지는 것 같다고. 당신과 나 사이에 생긴 이 작은 온기가 방의 벽을 밀어내고, 천장을 조금 더 높여 놓는 것만 같습니다.
당신의 콧잔등에 내 코를 가져다 대면 숨이 먼저 닿습니다. 막 씻고 난 살결의 물기와 하루를 버텨온 사람의 피로가 섞인 냄새. 다른 이에게는 그저 흩어져 버릴 공기일지 몰라도, 내게는 자꾸 사랑을 닮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맡아도 싫지 않은 냄새가 있다는 것을, 나는 당신을 통해 깨닫습니다.
잠이 들면 당신의 숨은 조금 거칠어집니다. 규칙적이지 않은 리듬으로, 때로는 낮게, 때로는 깊게. 가끔씩 코를 골며 뒤척이다 내 팔을 베고 눕기도 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당신이 지금 여기, 내 곁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증거 같아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인 같아서.
당신은 뜻밖의 순간에 서늘한 말을 건넵니다. 내가 오래 불 앞에 서서 지은 솥밥을 한 숟갈 크게 떠먹고는,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지요. 내가 당장 내일 떠난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모두 진짜였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더 바라는 것은 어쩌면 과한 욕심일지도 모른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저릿해집니다. 당신이 태연한듯 웃고 있으면서도 가장 여린 속을 내게 보여주는 것 같아서. 행복한 순간이 다가오면, 그다음에는 반드시 사라질 것처럼 겁부터 내는 마음. 나 역시 알고 있습니다. 너무 좋으면, 그래서 잃을까 두려워지는 그 기분을.
사랑이 무엇이기에 우리를 이렇게 솔직하게 만들고, 또 이렇게 연약하게 만드는 걸까요.
잠결에 당신의 발이 내 발등을 찾아옵니다. 이불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것은 마치 어둠 속에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신호 같습니다. 당신의 몸은 나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데, 나는 그 작은 접촉 하나에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당신의 하루 속 피로와 외로움까지 모두 품어 안고 싶어집니다.
사랑이 거창한 문장일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압니다. 사랑은 비좁은 침대의 중심을 조금씩 나누어 갖는 일이고, 조금 탄 밥 냄새를 흉보지 않는 일이며, 이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품은 채로도 오늘의 체온을 밀어내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아직 당신처럼 담담해지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끝이 와도 괜찮다고 말할 만큼은요. 아직은 당신이 내 곁에서 숨 쉬는 이 밤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겁을 낼 때마다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고, 당신의 발이 나를 더듬어 찾을 때마다, 나는 기꺼이 그 자리에 정확히 놓여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은 아마 이런 것이겠지요.
서로의 약함을 보고도 돌아서지 않는 것.
사라질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은 분명히 곁에 눕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당신 쪽으로 조금 더 몸을 기울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당신의 숨이 닿는 자리까지.
글, 편집 | ©유옥(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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