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고요 May 22. 2020

당신의 섬그늘은 어디에요?

[월간고요 vol.2] 엄마가 섬그늘에

20200518vol.2-엄마가섬그늘에-RichardYongjaeO'neill,김범수-보고싶다,Yuhki Kuramoto -Lake Louise










1.오늘은 비가 매우 많이 쏟아진다. 천둥 두 번에 아픈 비 한 번이다. 도도독 내 창가를 두드린다. 어두운 방안에서 빗소리를 가만 들어본다. 1학년 때였나. 같은 학과 동기가 집에 놀러왔다. 나는 평소 불끄고 있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애는 우리집 현관을 열자마자 스위치를 올렸다. 작은 내 자취방안에 번개가 잠깐 쳤다. 번쩍 . 아.. 나의 스위치를... 내스위치인데.... ! 새로 느껴보는 마음 속의 불이 일었다. 그때 당시에는 이게 뭔 감정인가 싶었다. 그 애를 쳐다보며 잠시 생각하느라,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그 애를 마중하고, 혼자 남겨진 어두운 방 안에서 내 마음의 불을 더욱 키웠다. 불이 타올랐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다가, 결심했다. 두 번 다시 그 애를 내 방에 들이지 않겠다고. 그 뒤로 그 애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아직도 천둥이 한번씩 칠 때는 번쩍이는 빛에 이상하게도 그 애 얼굴이 두둥 나타났다 사라진다.




2. 이사온 집에 집주인이 잠깐 전기가 내려가서 집안으로 찾아왔다. 그 사람은 어두운 내 방을 보더니, 제 아내도 불끄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예민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네요. 그 짧은 시간 던지고 간 말이 두번째 천둥이었다. 그 이후로도 내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몇 번의 천둥과 번개가 지나갔다. 지금의 난, 불을 키고 끄고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이전에는 꼭 불을 끄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불을 켜야만할 땐 켜고, 꺼야할 때면 끄게 되었다.




막연해졌다.






당신의 섬그늘은 어디에요?


엄마가 섬그늘에-Richard Yongjae O'neill











엄마가 섬그늘에 괴담. 비오는 날에는 무서운 얘기가 필요하다. 엄마가 섬그늘에라는 자장가에는 가십(gossip)이 있다. 속설에 의하면, 엄마가 일하러(굴따러) 간 사이에 방치된 아기가 아사한다는 것과 실제로 이 노래를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십은 가십일 뿐. 이 노래는 붸이비~들! 한혜연 디자이너의 친할아버지께서 기장 앞바다를 거닐다가 만드신 곡이다. 섬집아기와 한혜연 디자이너가 그다지 매치가 잘 되지는 않지만. 세상이 이렇게 좁구나란 말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며…




나만의 괴담이 있다면, 우리 엄마가 자장가로 이 노래를 불러줬다는 것. 포인트는 그런 행동에 대한 후회를 십후년이 지난 지금도 하고 있는 엄마에게서 찾을 수 있다. 뭐. 잘 몰랐겠지. 해도 엄마는 왜 그렇게 슬픈 노래를 갓난아기때 불러줬을까 한탄하곤 한다. 하지만, 기괴하게도 이 노래를 들을때면 나도 모를 향수에 젖기도 한다. 단순한 멜로디가 오르락 내리락. 잠을 잘때 오르내리는 호흡과 같다.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음(-)의 요소들이 때론 나를 편안하게 할 때가 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남아 집을 보는데..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소리에 아기는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집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는 내 꼴깍 넘어가는 침소리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김유림이 집에 같이 있을 때면, 종종 무섭다고 울었다. 나는 울지 못했다. 내가 울면 걔가 무서워할 것 같았다. 김유림을 안고 괜찮다고 하던 말은 사실 나한테 하던 말이었다. 엄마는 종종 집에 없었다. 김유림이 재촉할때면 난 엄마에게 전화를 했지만, 엄마는 받지 않거나, 받으면 화를 냈다. 엄마의 웃음은 줄곧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다. 혼자 남은 아기는 나다. 나는 잘 울지 않았다. 아픔도 잘 이겨냈다. 누가 굳이 물어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건 , 매일 아침 학교에 가서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 뿐이였다. 배앓이를 줄곧했는데, 화장실에 가면 하나님만 찾았다. 그때가 제일 홀리 했었다. 엄마의 ‘나도 어릴때 그랬어. 크면 괜찮아져-.’ 라는 말을 믿는 것밖에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윽고 중학교에 가면서 나의 배앓이는 끝이났다. 배앓이가 끝이나면서,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잘 울고, 잘 화내는 애가 되었다.







엄마는 끄떡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섬그늘에 굴따러 갔다. 나는 세상에서 굴이 제일 싫다. 나는 이대로 잠이 드는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해냈다. 그게 나에게 힘을 주었다. 결국 난 잠에 들지 않았고, 지금은 한번씩 추억에 젖어 그때를 그리는 짬이 되었다. 이런 기억들은 나에겐 음(-)의 기억이지만, 한번씩 난 이런 기억의 공간에도 한번씩 들렸다가 돌아와만 한다. 그게 어떤 마음이 되었든. 나의 한부분이 될테니까 말이다.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STQuXxgNBLk




비가 오니까


김범수 3집 보고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cThxS6UMGe0



김범수의 보고싶다 역시 엄마가 섬그늘에와 같이 원키가 FMajor 이다. 편안하게 듣기 좋은 노래.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노래이다.






Yuhki Kuramoto - Lake Louise


https://www.youtube.com/watch?v=oo6JyjVD70U



리처드 용재오닐의 연주가 좋으셨다면 <Lake Louise>를 추천. 아주 유명한 노래다. 유키구라모토와의 콜라보. 일본인들이 이런 감성을 잘 담는 것 같다. 처연하지만 깨끗한.




#월간고요


#음악에세이


#음악추천블로그


#김범수보고싶다


#리처드용재오닐#엄마가섬그늘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