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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요 May 25. 2020

남자의 현재는 전 연인들이 만들어낸 역사

[월간고요] 검정치마의 맑고묽게. 그리고 황인찬 시인의 남아있는 날들


20200525vol.3- 맑고 묽게-검정치마




사랑을 위한 되풀이








내가 너를 사랑하는건, 너의 전 연인까지도 사랑하겠다는 말이야.




 누군가를 찾고 있다. 요즘은 마음맞는 사람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기대를 해보고, 그리고 반복. 반복. 시인 황인찬은 말한다. 되풀이되는 사랑을.. 너만 보겠다던 그 약속. 내 눈은 너만 담고 있겠다던 그 말들은 이제 닳고닳아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언어가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찾는 걸까? 그 누군가는 있긴 있는 걸까? 사람 마음이란게 참 이상하지. 그렇게 데여놓고 또 사랑타령이나 하고 있네 흐흐.



 황인찬 시인의 사랑을 위한 되풀이라는 시를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란다. 사실 시집을 사보는 것도 처음이라, 과제가 나오자 한숨부터 나왔다. 시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성향차이인 것 같지만, 아무래도 그냥 대놓고 말해주는게 좋다. 숨긴 의미를 찾아 읽는 재미는 개뿔. 내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것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뭐 이러쿵저러쿵-. 아무튼, 수업시간에서는 사람이란 존재는 참 복잡미묘하다고., 사랑이란 참 끈질기고 꾸덕지다고. 그런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눴다.



로맨스란 장르엔 분명한 색깔이 있었다. 적어도 과거엔 그랬다. 절절하게 질질짜는 얘기, 상큼발랄, 보기만하면 내가 꼭 그 영화속 주인공이 된것만 같은 얘기, 서로의 육체를 탐하는 얘기 (김고요의 50가지 그림자?) . 어느 정도는 분명했다. 근데 내가 사는 지금 세상은 상황이 달라졌다. 많고 많은 것들 중에 재빨리 스캔 띡- 한다음 자신에게 가장 최선인 선택을 해야한다. 이 일들은 수많은 잠재된 기회주의자들을 만들었다. 모두가 호시탐탐 엿보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몸을 불사르진 않는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요즘 우리는 서로에게 발끝만 담군채 사랑이라고 말한다.






남아 있는 나날1



마당에 체리나무를 심었는데


자두가 열렸어




연못에는 하늘이 비치고 있고


모르는 새들은 연못 속에 있어




내가 살지 않는 집


내가 만들지 않은 마당



나는 그냥 여기 있어 기다리는 것은 없지만




나무는 빛을 받아 더욱 초록색이야




얼른 밤이 오면 좋겠어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대


이 시는 밤이 오기 전에 끝날 거야




자두를 씻어 왔는데


아주 달고 새콤해



.



1.황인찬, 「사랑을 위한 되풀이」 , 창비, 2019년, 154페이지




 이건 황인찬 작가의 시집 중 고요픽 한 편이다. 작가의 이런 흘러가는 듯한 속도에 맞추는 말투에 공감한다. 무언가를 억지로 하지 않으려하고, 부자연스럽게 노력하지 않으려는 여유로움에서 그만의 성숙함과 매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두어야 한다. 과거를 바꾸려는 것만큼 시간 낭비인 일은 없다. 마음의 흠이 많이 없었던 적엔 내가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또 관계 속의 열쇠는 내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이제 내 마음에는 흠집도 꽤 났고, 원하던 체리나무 역시 아직 찾지 못했지만, 나는 자두도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마 지난 날의 내가 지금의 이런 나를 본다면, 타협하는 거라고 비아냥대겠지만 나는 이런 자연스러움이 또 다른 나를 만들 것을 알기에 이 마음을 애쓰는 사랑 저 너머로 바라보려 한다.



-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의 남자를 사랑하네-맑고묽게, 검정치마 가사 중.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의 남자도 사랑하네-




 우리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의 과거를 사랑한다. 동시에 그녀의 전 연인을 사랑한다. 아앗 새로운 장르의 도래인가! 사람은 축적의 동물이다. 전에 만났던 그 애는 나의 일부분에 흡수되어 새로운 낯선 이를 대하는 내 속에 있다. 약간 역겹긴 하지만, 사실이다. 남자친구에게 말한다. 너는 지금 내 전남친을 사랑하는거야. 라고 말하면 큰일나지





 어느 마당에 체리나무를 심었다. 근데 웬걸. 심은 체리나무에서 자두가 열렸다. 무슨 일인 걸까. 체리는 너의 잔재물이 아닐까. 너를 사랑하고 또 남은 마음, 너가 남긴 잔재물들이 또다른 자두라는 열매를 낳은 것이다. 영화 <500일의 썸머> 에서 등장인물은 ‘썸머’라는 여자와 500일간 서로 사랑한다. 이윽고 썸머는 주인공을 떠나고, 주인공은 그저 후회와 그리움에 갇힌채 힘든 이별을 겪는다.그렇지만 슬픔 역시 끝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새로운 여자가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어텀’.




그녀가 가고,그녀가 왔다.




 우리는 죽기까지 이 되풀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고. 요즘 레트로에 열광하는 내 또래 애들이 찾는 것은, 어쩌면 되풀이의 주기와 농도가 짙었던 그 사랑일지도. 사실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고 있는 것인지도.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62PFRTqqIYg





원곡보다 좋은 커버


사운드클라우드 Britishdeer 님의 기타커버




>원곡도 좋긴한데 이건 사클에서 커버들어보다가 꽂힘. 묘한 중독성이 있는 단순한 리듬과 코드. 꼭 들어보시길 추천





#월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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