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가을도 아닌데

by 게으른 낙타

아직 가을도 아닌데


낙엽이 숟갈이 되어 세상을 한술 한술 떠 올린다.

거지반 바람은 짝꿍이 되어 나무를 다그친다.

창문만 한 그림이 세상의 전부라는 걸 안다.

아직은 할 말이 많은 시절 그렇게 미심쩍은 가을이

나직한 산비탈에서 옹송그린다.

바람이 한 번 더 다그치자 그나마 눈치 보는 햇살이

후비적 후비적거리며 떠나버린다.

남은 생 엉덩이가 굳어, 의자가 나를 꼭 붙들어 그렇게

돌이 된다면 저 창문의 그림은 마지막 우주가 될 것이다.

그러면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다 주춤거리고

그 영원한 주춤거림 앞에서 나는 낙엽이 숟갈이 되어

세상을 한술 한술 떠올리는 목격자로 소명을 받을 거다.

그새 바람이, 햇살이, 숟갈이 풍경을 A4 크기로 잘라

한 장 넘기고, 두 장 넘기고 그렇게 희롱한다.

낙엽이 숟갈이 되어 세상을 한술 한술 떠 올린다.

나는 한껏 입을 아~ 하고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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