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한다는 것
'아, 그럴 수도 있구나'
살아오면서, 미움을 받는다는 것이 두려워서 너무 경계하며 지낸 것은 아닌지 뒤돌아본다.
분명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원만하게 대화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사회생활의 미덕이고,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좋은 사람 콤플렉스' 같이 사랑만 받길 원하고, 상대방 기분에 맞춰주기 위해 아닌 걸 알면서도 맞다고 한적은 없었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상대방에게 잘해줬기 때문에, 그 사람도 나를 좋게 평가할 것이라는 것은 오산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대해서도 안된다. 같은 상황을 보고 느껴도, 타자의 마음은 가늠할 수가 없다. 좋게 생각해주면 감사하겠지만, 그 사람은 나를 미워할 수 있다. 그 말을 직접적으로 듣거나,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어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나를 미워할지 그 감정에 두려움을 갖지 말자. 내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어떤 사람이 자연스레 좋아지는 것처럼, 사람이 미워지는 감정 또한 이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 그것은 정말 욕심이다. 누군가가 나를 미워할 수 있고, 미워하고 있다는 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다. 다만, 두려워하지 말고 부닥치며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으면 다시 풀려고 노력도 해보고, 정 아니면 등을 돌릴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과 끊임없이 맞서고 조율하고, 충돌을 반복하면서 나에게 맞는 인생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람의 특성들을 경험하며 예시들을 쌓아가고 있지만, 변수는 늘 존재하고, 다시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힌다.
'아, 그럴 수도 있구나. 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여기며 나아가는 수밖에.
인상 깊은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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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적어도 간접적으로) 타인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입히는 과정이다.
어떤 개인이 무심코(결국 이유 없이) 미워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각오하면 된다. 아무도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건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공상과도 같다는 것을 왜 이해하려 하지 않는 걸까? 이상한 일이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움받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잔혹함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모든 개인의 어쩔 수 없는 차이를 철저하게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그 한가운데에 거짓 없이 자신을 놓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어떤 사람이 싫고,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어떤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만다. 이것은 어찌할 수 없고, 내가 인생을 안다고 이야기하려 할 때 주의 신호를 울려준다.
기대에는 그림자처럼 미움이 따라다닌다. 기대하는 자는 기대에 응하지 않는 상대를 미워하고, 기대를 받은 자도 기대에 응할 수 없을 때 기대한 상대를 증오하는 미움의 그물코가 처음부터 잠재적으로 촘촘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자칫 방심하면 '미움'이 우후죽순처럼 쑥쑥 돋아난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인생이 풍요롭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 것을 인간 실격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호감'이 발산하는 향기로움에만 취해 있지 말고, '미움'이 방출하는 맹렬한 악취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인생이 근사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타인은 당신을 합리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 사람에게 극진하게 해도 미움받는 일이 있다. 아무리 그 사람을 사랑해도 미움받는 일이 있다. 심지어 그 이유도 확실하지 않다.
단지 '아,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여기면 된다. 그것을 조용히 받아들인다는 건 실제로는 엄청난 수양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어디가 싫다는 건지 번민하며 상대를 추궁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자기혐오는 타인으로부터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고 스스로에게 '미움'을 겨누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녹여 없애려면 타인의 생생한 '미움'을 자기 속으로 다시 충분히 거둬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을 미워하는 수행을,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미움받는 수행을 해야 한다.
사회를 곡해하지 말고, 또는 사고를 멈추어 도망치지 말고, 명석한 판단 앞에 능동적으로 타인을 배제하고 타인과 대결해야 한다. 세상과 끊임없이 적절히 충돌을 반복하면서 자신에게 좋은 인생의 '형태'를 조율해야 한다.
내가 타인을 지배할 수 없고 타인의 지배를 받는 것도 거부하는 한, 결국 서로의 차이를 속이지 않는 한, 자신의 인생에 다양한 '미움'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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