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릿속이 항상 붐빈다.
사람들 얼굴 사이로 튀어나온 단어 하나,
스쳐 지나가는 말투 하나가 뇌 속을 맴돌곤 한다.
못 같이 작고 하찮은 불안이
망치처럼 커져 깊게 박히고,
어느새 벽엔 수많은 못들이 초침을 이루고 있다.
시간도 꽤나 지나 있다.
과속이다.
생각이 앞지르고,
감정은 그 뒤를 헐떡이며 째깍째깍 따라간다.
빵!
오토바이 경적 소리가 꽂혀 들어온다.
방지턱이다.
몸이 휘청한다.
그리고 생각도.
순간,
내 머릿속에 쌓였던 말들이
째깍째깍 멈춰 선다.
작은 소리 하나, 작은 충격 하나가
내 안의 회전초를 덜어내 버린다.
그게 참 이상하다.
분명히 방금 전까지
누군가의 눈동자 속 무관심을 해석하고,
그 말의 진의를 파헤치고 있었는데 말이다.
진짜 세상이 내게 신호를 보내는 걸지도 모른다.
“그만 생각해도 돼. 지금은 그냥 걸어.”라고.
세상은 시뮬레이션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거리의 소음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른 버그가 생긴 건 아닐까?
어쩌면 내 뒤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나타날지 몰라!
오토바이 소리, 자전거 체인 돌아가는 소리,
편의점 알바가 나를 반기는 소리,
누군가 이어폰을 빼며 흘리는 한숨 소리.
관심을 받길 원하는 소리의 행동이
과속을 잠시 멈추게 한다.
불 꺼진 방 안, 푸르스름한 전등 아래 선다.
빛이 세지도, 따뜻하지도 않지만
그 불빛 아래선 생각도 조금씩 가라앉는다.
살이 트지 않을 정도로 잠시 물에 들어간다.
방 안을 채운 잔잔한 푸른 기운은
내 속도를 위로해준다.
더 이상 가속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은 멈추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행성에 안전히 가기 위해선 그래야만 한다.
나는 여전히 생각이 많고,
불안은 여전히 망치가 되고 싶어 덩치를 키우지만
이따금 외부에서 튀어나오는 작은 소음들이
마음 안의 혼란을 털고 가게 해준다.
과속을 멈추기 위해선
사고가 날 필요는 없다.
방지턱이면 충분하다.
과생각에도 그런 털컥거림이 필요하다.
나는 뭐지?
당신은 뭘까?
우린 뭐지?
죽어서 흙이 될까? 구더기가 될까? 꿈틀거릴까?
과거의 나는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같은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까?
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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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된 소리가 나를 끌어당긴다.
어둡다.
고요하다고 느끼지만,
이내 쿵쿵 심장이 잔잔한 물결을 만든다.
이제 행성으로 갈 준비가 되었나 보다.
이 모든 것을 여러 행성에 두고 가고 싶지만,
이미 그 행성들에 사는 외계인은
생각의 생각을 낳아
화목하거나 우울한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으니
더 이상 생각을 놓고 가는 건 눈치가 보인다.
덜컥!
방지턱 소리에
그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
창문 밖에 생각들을 던진다.
생각의 열이 입어
산불이 날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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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머릿속에서
무수한 생각들과 씨름하며 살아갑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양은 다르겠지만 말이죠.
그 생각들이 때론 무겁고, 때론 너무 빠르게 지나가지만,
독자 여러분이 읽는 이 글이 작은 방지턱이 되어
과속을 막아 주는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