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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스러움

by 최동준
Instagram @_o.r.c.a _WWRW_9

몇 달간 쓰지 않음에 평안을 느꼈다. 감히 원동력으로 삼은 게 그 이유였고, 땅이 꺼질 듯한 중력을 느껴 쓰지 않았다. 나름의 우주가 내 펜에 있다는 생각에 멀미가 났다.


엉망인 나는 더 엉망스러워지려고 한다. 할 수 있으면서도 하지 않고, 마주치는 너도 나와 같이 죽어야 할 사람이라며 산다. 나를 읽는 이와 아는 이가 갖가지 회유의 말을 하곤 했다.


술 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리는 노인에 환멸을 느낀다. 초점 없이 두리번대는 그이는 그저 고개를 돌리는 것마저 버거워한다. 가감 없는 불쾌감이 여기에 있다.


영원이란 말만큼 먼 게 없다고 믿는 이가 교회를 다니고 그 안에서 꾸벅인다. 그게 가까이에 있는 이들은 눈이 밝고 열심히 무언가를 부른다.


다리를 절뚝이는 사슴을 표범이 잡아먹는다. 쉬운 추격전의 끝을 어미가 멀리서 지켜본다. 나는 그것을 보다가 꼬아진 다리가 저렸고 무엇을 알아차리고 기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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