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버린 것의 모습.
봄의 한 꺼풀을 벗었다. 이젠 더 이상 벚꽃잎이 날리는 일이 없다. 떨어지는 그것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댔나. 다시 나뭇가지들의 모음집으로 돌아간다. 하얀 눈물 같은 것들이 길의 모서리를 따라 흐른다. 걸어지는 발걸음도 사랑 같은 건 이루지 못 한 모습이다.
약을 안 먹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난 거 같다. 변덕과 기복이 더 높고 낮아짐을 안다. 미친놈처럼 웃다가도 그런 나를 스스로 발견할 때면 금방이라도 살해당할 것만 같은 얼굴을 한다. 엉망스러운 나는 더 엉망이고 싶다. 초록의 무엇이 하늘을 덮었다.
분분한 낙화는 이제 내년이면 온다. 이 계절의 기일이 오늘이었음을 기억하려 한다. 금세 서늘한 바람이 머릴 식힐 것임을, 차가운 꽃잎 같은 것들이 그 뒤에 있음을 안다. 이런 좋은 날에 부작용으로 거리를 비틀고 다닌다. 우울이 되는 사람들이 잦다.
엇박의 걸음걸이로 무엇을 밟고 지나는지 살핀다. 그러면 나는 사랑 같은 건 이루지 못 한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