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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 연구소

by 최동준 Feb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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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잠수는 *코튼랩스 팀원들로 마무리했다. 모두 따뜻한 말을 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한마디도 없이 차가운 바람을 내며 사라졌었다는 건 내 자신에게 서러운 일이다. 지금 아니면 또 모으지 못할 수도 있는 사람인데. 전시에 대한 여전히 소망은 아직 남아 있다. 여러 명이 내 작품을 보고 만지는 순간들을, 누군가에겐 금방 버려질 팜플렛을 디자인하는 순간들, 작품을 보며 생각하고 고민하는 얼굴들 따위를 상상해 본다. 스스로가 하는 일이 예술로 생각하지 않는 예술가로 살고 싶다. 한참을, 영원을.

* '코튼랩스'는 우울증이 심해지기 전에 여러 친구들과 거의 1년 동안 기획하던 전시 프로젝트였다.

 카페, 내 건너편 자리에 한 커플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열심이다. 손과 다리를 어떻게 펴고, 고갯짓이, 표정이 어떻다느니 좋아 보였다. 스스로는 몰랐던 서로의 예쁜 모양새를 공유한다. 괜히 내 토이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이걸로 사진 찍어보실래요-라고, 너무 오래 고민했는지 그들은 겉옷을 챙기고 가버렸다. 서로에게 계단이 높으니 꼭 조심하라면서. 내 카메라로는 담기엔 너무 화소가 높은 사랑이었다고 믿어서 다음의 찰칵대는 연인을 기약하기로 했다.


 이 카페는 공간 대여 스튜디오와 같이 운영 중이다. 보통은 사진 촬영이나 화보 촬영같이 짧은 기간의 대여를 주로 하는 것을 안다. 우연히 담배를 태우다가 직원과 눈이 마주쳐서 물어본다. 사실은 제가 작가인데요(물론 책 하나 냈다고 작가가 되는 게 아닌 걸 안다), 전시 공간을 알아보고 있는데요-했더니 친절히 공간을 보여주시고 스튜디오 담당자분을 소개해 주셨다. 벽과 천장은 새하얀 한지 같은 모양으로 높고 넓었다. 그만큼 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몇천을 대출받고 일주일 전시하려는 예술가는 배고파야 당연하다. 난 요새 다이어트 중이라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사랑이란 게 물건이라면 꼭 찾고 싶다. 어떻게 생겨먹은지도 모르지만, 세상에 흩뿌려진 단서들을 모은다. 작고 큰 것들을 주워 적는다. 여리고 단단한 것들을 주워 적는다. 차갑고 따뜻한 것들을 주워 적는다. 한참을, 영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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