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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차상위 계층

by 최동준 Feb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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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동을 떠날 마음이 굳고 있다. 우울은 나의 힘이라며 노래를 불렀던 나는 이제 사랑 따위 같은 마음을 더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청주나 원주쯤이었으면 해서 한참을 찾아보다가 차상위계층 같은 것도 알아본다. 마침, 주택청약도 깨지 않았으니까.


 소득이 없는 그동안은 퇴직금으로, 가족들의 용돈으로 겨우 살았다. 인터넷으로 차상위계층을 신청했더니 다음 날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소득이 아예 없어서 해당하진 않는다고. 몇 번 생각해 보다가 ‘아 그렇겠구나.’ 싶었다. 대신 현재 재산 따위를 물어보시더니 긴급생계지원 제도 같은 게 있다면서 이걸 신청하라고 하셨다. 일회성이지만 70만 원 정도는 두 달 생활비쯤은 된다. 부끄럽지 않으려고 적는다. (차상위 계층 신청은 세후 월 소득 110~150만 원 사이면 가능하다)


 교회 사람들에게도 연락드렸다.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말로 감사함을 느낀다. 문득 감사를 잊고 사는 게 우울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친절한 척했던 언행이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스스로 여기며 살아서 그런 거 같다. 단지 그 맞닥뜨린 순간마다 잘 넘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서로에게 흘러야 유대감인 것을 깨닫는다.


 바람이 많이 분다. 겹겹이 입었고 어깨가 움츠러든다. 추움을 감추려는 행동은 춥다는 걸 나타낸다. 연약한 모두에게 각자의 바람이 매서운 모양이다. 카페로 들어와 따뜻한 캐모마일 차만 주문했지만 비싸 보이는 살구 케이크도 같이 나왔다. 어리둥절한 내게 자주 와주셔서 드린다고 하셨고, 두 번 꾸벅 감사하다고 전했다. 자리로 돌아와, 주문 전에 혹시 여기 쿠폰 같은 거 없냔 말 때문일 거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게, 서로에게 흐르게. 추움을 나타내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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