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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나 괜찮네

by 최동준
Instagram @_o.r.c.a _WWRW_29

중학교 때 중고로 구매했던 아이패드가 이젠 먹통이라고 엄마가 그랬다. 좀 더 화면이 크고 연동하기 쉽게 갤럭시 탭을 알아본다. 그땐 당근이 뭐야, 중고나라에서 직거래 된다는 사람도 드물었다. '더 치트'로 알아봐도 당시엔 초범이 더 많았고. 12시에 이쪽 공영주차장으로 와 주신다길래 감사하다며 커피라도 사드리겠다고 했다. 자기가 커피는 안 마신다고 거절하셨다. 그럼 차라도…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12시 2분에 눈을 떴다. 부랴부랴 연락을 하고 옷을 입고 나왔다. 다행히 아직이신 거 같지만 연락도 없다. 선선한 바람과 부신 햇빛을 맞다가 벤치에 앉았다. 왜인지 쓸쓸하지 않은 담배 연기와 연한 단맛이 내 온몸에 있다. 할 말 없이 앉아 있다. 핸드폰이 없는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가만히 기다릴 줄 알았을까. 종로 맥도날드 그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아니, 맥도날드가 있긴 있었나? 수 차례 전화도 연락도 받지 않는다.


한가로이 햇빛을 맞다가 50분쯤 기다렸을 때 주민센터에 갔다. 모자에 패딩, 슬리퍼 차림으로 복지팀에게 방문하는 건 그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긴급생계비지원을 받고 그 기록으로 무슨 내년에 온누리 상품권을 준다고 문자가 왔었다. 개인정보동의에 대한 서명을 하고 금방 나왔는데, 분명 문자로는 10만 원이랬는데 왜 내 1만 원만 준다고 써 있었지. 9만 원짜리 복이 있을 건가보다.


여성 일본인처럼 보이는 세 명의 무리가 내 앞, 카페 2층 자리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쁘다. 1초도 쉬지 않고 차차차찰칵댄다. 저번에 이런 찰칵쟁이들을 보면 내 토이 카메라로도 찍어보라고 물어본다고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가지 않아서 탈-락! 나는 우정보단 사랑에 더 마음이 기우나? 그보다 저들, 너무 힙하게 입었잖아. 있잖아, 내 카메라는 영원 같은 순수함을 원한다구.


향수를 너무 많이 뿌리고 나왔나 싶다. 나는 스킨도 까먹을 때가 많은데 향수는 왜인지 신발을 신어버렸더라도 다시 벗고 방에 들어가게 된다. 내 쇄골쯤에 냄새를 덧붙이는 일이 뭐라고 그렇게 신경 쓸까. 몇십 분을 고민하다 이어 쓴다. 어쩌면 향기를 입는다는 건 보이지 않는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는 일이려나 싶다. 지나치는 사람이 밟아버리면 뒤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기회를 만들어내는 일. 그래, 역시 나는 사랑을 하고 싶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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