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내포기호학과 기호 사각형으로 분석한 광고 <초코파이 情>
롯데 초코파이, 오리온 초코파이 情, 크라운 쵸코파이, 노브랜드 초코파이 등등 대한민국에는 무수히 많은 초코파이들이 존재한다. 이들 초코파이들은 모두 가격이나 맛 등에서 차이가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들 초코파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동일 제품에 대한 완전 경쟁이 일어나 제품 가격은 한계가격에 수렴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중 소비자들에게 차별되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다른 경쟁사들보다 초과 이윤을 추구하는 초코파이 제품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오리온의 초코파이 情이다. 이번 비평문에서는 오리온 초코파이 情을 다른 제품들과 차별되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준 광고를 비평해보고자 한다.
“나는 나라를 지킬 수 없습니다. 좌절에 빠진 사람을 도울 수도 없습니다. 지혜를 줄 수도 아픔을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하나는 전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위로가 됩니다. 때론 용기가 되고 때론 감사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도 누군가가 다시 미소 짓고 힘 낼 수 있도록 이 땅의 모든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나는 당신의 情입니다.”
2014년 초코파이 情의 광고는 다음과 같은 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약 1분 5초 정도로 구성된 이 광고는 초코파이의 가격이나 맛과 같은 실용적인 효용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다. 초코파이는 가격이나 맛과 같은 실용적 가치에 있어서 다른 경쟁사와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리온은 제품의 1차적인 효용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소구하기 보다는 초코파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심어주는 것에 주력한다.
광고 초반부에서 수색 중인 군인들, 좌절한 여자, 시험을 보는 학생, 아픈 환자가 등장한다. 군복무, 좌절, 경쟁, 육체적 고통은 각 개인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고통들이다. 이러한 아픔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적 의무 속에 홀로 내던져진 각 개인들의 삶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개인들의 삶은 대부분의 경우 아픔과 좌절로 귀결된다. 광고 초반부는 이러한 개인들의 ‘힘든’ 상황을 나열하며 소비자들의 공감을 사면서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광고 중반부부터 이러한 개인적인 삶의 아픔은 주변 사람들의 위로, 공감, 감사로 인해 치유가 되는, 변화된 상황이 그려진다. 이 상황변화의 발단은 초코파이가 한 개인에서 한 개인으로 전달되면서 이루어진다. 광고 속 의인화된 초코파이인 발화자는 “그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하나는 전해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초코파이가 서로에게서 서로로 전달되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여기서 초코파이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초코파이를 전달받는 행위는 고립된 개인을 집단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고립된 상태였던 개인들은 집단으로 들어와 감사, 위로,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아픔’이 치유가 된다. 초코파이 광고에 담긴 이러한 의미작용을 도식화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의미작용 속에는 개인적 삶과 집단적 삶의 이항대립이 존재한다. 개인적 삶은 효율, 경쟁, 진취와 같은 가치들을 내포하고 집단적 삶은 공감, 협력, 형평과 같은 가치들을 내포한다. 개인적 삶의 평가 기준은 이성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실용적 가치이다. 실용적 가치는 가격이나 품질처럼 정량화할 수 있는 가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실용적 가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통해 개인이 얻는 1차적인 효익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 삶과 연루관계에 놓이게 된다.
반대로 집단적 삶의 평가 기준은 감성적인 가치이다. 감성적 가치는 과시 혹은 이미지처럼 집단에서의 올바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들이다. 이러한 감성적 가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가 형성된다. 만약 누군가가 무인도에 존재하여 어떠한 물건이나 행위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한다면 감성적 가치는 그 중요성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감성적 가치는 집단적 삶과 연루관계에 있으며 개인적인 삶과는 모순관계에 있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그레마스의 기호 사각형을 구성하여 보면 아래와 같다.
효율, 경쟁, 진취와 같은 가치들은 개인적인 삶의 행동 양식이다. 생물학적으로 개인들은 생존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타인과 경쟁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쪽으로 발전하였다.(출처: Richard Dawkins, The Selfish Gene, 1976) 각 개인들은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현대사회의 극심한 경쟁 상황은 이들 대부분을 좌절과 실패에 빠뜨리게 된다. 광고는 이런 상황을 가정하며 이런 좌절과 실패는 집단적 삶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즉, 초코파이 광고는 개인적 삶과 집단적 삶이라는 이항대립적 관계를 이용하고 상대적으로 집단적 삶을 긍정적으로, 개인적 삶은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집단적 삶을 긍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연루관계에 있는 이미지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반대로 개인적 삶을 부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연루관계에 있는 실용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잃어버린다. 소비자들은 소비 행위에 있어서 개인적인 효용을 지향하기 보다는 집단에서의 과시욕과 물건의 이미지를 고려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초코파이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실용적 가치보다 이미지적 가치를 중요시하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오리온은 타사와 차별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 실용적 가치를 감추고 초코파이에 情이라는 집단적 이미지를 부여하여 다른 경쟁사와의 차별되는 이미지를 구축한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집단의 감성적 가치로서 소구하는 ‘情‘은 초코파이의 이름에 명명됨에 따라 하나의 기호로서 자리 잡게 된다. 情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를 찾기 위해 옐름슬로우의 메타내포기호학을 활용해보고자 한다. 메타내포기호학에 따라 초코파이가 가진 기호를 분석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초코파이‘라는 기표는 ’동그란 초코렛 빵‘이라는 기의를 지칭한다. 이러한 관계에 따라 1차적 기호인 초코파이가 형성된다. 1차 기호인 초코파이에는 여러 가지 내포적 의미들이 담기게 된다. 먼저 첫 번째로, 초코파이에는 달콤한 맛이 난다. 달콤한 맛은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하여 아픔과 걱정 따위를 잊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이것은 회복, 위로와 같은 개념으로 발전될 수 있다. 내포 기호학에 따라 우리는 초코파이를 보면 무의식적으로 달콤함, 회복, 위로와 같은 내포적인 기의들을 떠올리게 된다. 체력적으로 힘든 군대의 훈련소에서 초코파이가 ’회복‘이나 ’위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의 내포적 기의인 달콤함, 회복, 위로에 情이라는 메타 기호를 부여하였다. 이러한 메타내포기호학적인 논리에 따라 초코파이의 情이라는 명칭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情이라는 단어는 내포적 기의로만 존재하여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만 인지하던 초코파이의 이미지를 하나의 기호로서 자리잡게 만들어 소비자들이 의식적으로 그러한 이미지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의 무의식의 영역이었던 초코파이의 이미지를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소비자들이 소비 행위에 있어서 하나의 고려사항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유학에서는 인간 마음의 본성을 성(性)으로 그 작용 내지 현상을 정(情)이라고 표현하였다.(출처: 임헌규, The Triple Structure of 'hsing t'ung hsing ch'ing' in Chu Hsi, 1999) 정은 감정의 표현인 만큼 타인에게 의식되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타자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이 정이라는 의미는 한국에서 토착화를 통해 사회성이라는 단어로 내포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피붙이의 정’, ‘흙정’이라는 표현처럼 한국인들은 정을 통해 혈연과 지연 속에서 자기증명과 강한 귀속감의 표시를 하게 되었다. 즉, 情은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구축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인 것이다.
초코파이는 광고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자 하였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과자를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개인들이 겪는 삶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였다. 치열한 경쟁을 하며 고독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한국 특유의 정서인 情의 가치를 다시금 부각시키는 것이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가끔씩 아프거나, 좌절하거나, 슬픈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주변을 한 번씩 둘러보자. 항상 우리를 응원해주는 우리 주변의 이웃들과 친구, 가족들이 있다. 그 곳에 情이 있고 그 곳에 초코파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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