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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Apr 22. 2022

미국변호사 되기, 그 첫걸음을 떼다

2022년 3월 MPRE 결과 발표

지난 2년동안의 내 삶은, "고단함" 그 자체였다.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늘 피곤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부나 시험 외의 목적으로 연차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몸이 아플때는 어쩔 수 없이 연차를 사용해야 했다. 수업이 평일과 주말에 골고루 잡혀있어서 주로 주말에 잡히는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없었다. 불과 한시간 거리에 사시는 부모님을 뵈러 간 적도 손에 꼽힐 정도인데, 하물며 친구란 존재들과 멀어진지는 벌써 옛날이다. 야근이 없는 날은 수업을 듣고, 수업이 없는 날은 야근을 한 시기도 있다. 업무에 있어서도 좀 더 발전하고 싶은 욕심에 직장과 공부, 그 어느 하나 놓지 못하고 고군분투 했던것 같다. 사실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다 싶어 얼마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으나, 그마저도 시작하자마자 약한 무릎 인대에 무리가 가서 한동안 쉬어야 했다. 정말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그렇게 살아온 2년동안, 이따금씩 "이렇게까지 해서 뭘 하고 싶은건데?"라는 물음이 생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늘 결론은, 그래도 한번뿐인 인생,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해보자는 것이었다. 좀 더 어렸을때는 돈 걱정 때문에 마음껏 하지 못했던 공부도 이제는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으니, 할 수 있는데까지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이다.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는 내내, 한번씩 무너지는 내 자신을 다시 붙잡고 또 붙잡으며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내년 2월에 시험을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미국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Bar exam 외에도 MPRE(Multistate Professional Responsibility Examination)라는 변호사 윤리시험에 통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통은 MPRE를 보기 위해 변호사시험 응시때 말고도 한번 더 미국에 가야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작년8월과 올해 3월에 한시적으로 한국에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지난 1월 어느날 새벽 광클릭 대열에 합류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했던 터라 기회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감사하게도 한달쯤 후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3월 말에 서울에서 MPRE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광클릭으로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따냈지만, 공부할 시간을 내는게 쉽지가 않았다. 더구나 올해 초 소속되었던 팀이 변경되면서 새로운 직무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코로나에 감염되고 3주 정도 꼬박 코로나 증상과 후유증까지 호되게 겪고 나니, 이미 시험은 코앞에 와있었다. 시험 바로 일주일 전까지 내가 한 것이라곤 강의 한번을 듣고 책을 한번 읽은 것 밖에 없었다. 시험을 불과 4일 앞둔 토요일, 부랴부랴 스터디까페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날인 일요일엔 체력소진으로 하루종일 쓰러져 있었다. 월요일, 화요일엔 다시 업무에 집중하고, 수요일 오전 반차를 내고 새벽부터 시험을 보러 갔다. 시험 시간은 심지어 오전 8시였다.


시험을 마치고, 함께 시험을 치른 친한 동생과 함께 힘들다, 죽을것 같다는 말을 서로 백번쯤 주고받고 겨우 택시를 타고 기어오다시피 집에 왔다. 잠깐 숨만 돌리고 바로 출근을 했는데, 그 여파는 그 다음주까지 계속되었다. 마흔 가까이 되니, 이런 이벤트가 있을때마다 내 몸의 건전지가 100%에서 3%까지 한번에 줄어드는 느낌이다. 다시 100%가 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공부는 어릴때 하는게 좋다고 했었나 보다. 평생을 시험을 보면서 살아왔는데, 요즘 들어 시험 한번 보는게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힘들게 시험을 치르고, 사실 결과엔 그다지 자신이 없었다. 워낙 준비시간이 짧았고, 또 헷갈리던 문제들도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제, MPRE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해보니, 내가 응시하는 주의 커트라인을 넘긴 점수가 나왔다. 합격을 한 것이다. 비록 내가 원하는 점수에 미치지 못했고, 턱걸이로 겨우 합격을 했지만, 그래도 미국에 따로 가서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기뻤다.


시험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 힘들었고,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끝까지 잘 버텨서 꼭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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