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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Jun 28. 2023

투잡은 원래 힘들다

때려치울게 아니라면, 견뎌라

아침에 회사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 그리고 퇴근 전 가장 나중에 하는 일은 "할 일 목록"을 정리하는 것이다. 한동안은 엑셀로 할 일을 관리하기도 하다가, 바로바로 생각나는 것들을 적는데 역시 수첩만한게 없다보니 언젠가부터 매일 두번의 목록 정리가 내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할 일 목록"의 갯수가 많아질수록 나는 잔뜩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한 상태가 되곤 하며, 반대로 목록을 하나씩 줄여갈 때 조금씩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주 내내 이 목록들을 지우지 못하고 내일, 또 내일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스트레스 받는 상황 중 하나다. 목록에 없던 이런 저런 일들이 일과 중에 자꾸 튀어나오다 보니,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퇴근할 시간이다. 공부시간 확보를 위해 가급적이면 야근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려 하는데, 점점 야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에 내몰리는 느낌이다.


나에겐 공부스케줄을 적는 수첩도 따로 있는데, 그 수첩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몇일째 같은 과목을 끝내지 못하고 미루고 있다. 할 것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공부도 일도, 채워넣어야 할 일들이 계속 쌓이기만 하다보니 급기야 오늘은 마음이 폭발해버렸다. 별일도 아닌데 괜히 화가 나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요즘 여러 팀들과 유기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소통 과정에서 와전 된다거나 같은 일을 두고 여러 사람이 다른 얘기를 할 때가 있다. A업무 담당자인 a에게 확인을 해서 보고를 했는데, B업무 담당자인 b로부터 다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거나, 분명히 확인하고 넘긴 일인데 다른 팀원을 통해서 보충할 부분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되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할 때, 몹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오늘도 그런 일이 생겨서 잔뜩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결국 내가 하는 일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게 될까봐 두려운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내 스스로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런 일들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건 내게 결코 득이 되는 일이 아니다. 속상하더라도 이런 일은 넘기고, 오히려 바쁘고 성가시더라도 여러 사람들에게 크로스체크를 해서 내가 이미 확인한 일에 대해 수정할 일이 없게끔 노력하는 것이 맞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에 그렇게도 화가 나서 못견디겠는 진짜 이유는, 내가 조금이라도 내 스스로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지독하게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평소처럼 좀 더 깊숙히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자꾸 죄책감도 든다. 시험이 얼마 남은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도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을 것이다. 뒤에 물러나 있는것보단 깊숙히 개입하는게 훨씬 더 재미있으니까. 하지만 7월 말까지는 공부에 좀 더 무게를 두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그런데 분명 모든 것을 다 한번에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팀원들의 바쁜 모습을 보면 내가 뭔가 더 해야할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 그래서 심지어 다음주에는 예정에 없던 부산 출장에 합류하게 되어버렸다.


역시나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는 건 참 힘들다. 처음부터 힘들것이란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런 상황이 닥치니 불평 불만을 늘어놓고 마음 속엔 화가 가득 차있다.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감하게 내 스스로를 위해서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주변 상황에 흔들린다. 그리고 이런 내 스스로의 모습에 나는 혹시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는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만둘 수가 없다. 어차피 그만두지 못할 일이라면 최대한 빨리 성공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잘 해야한다. 그리고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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