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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Apr 24. 2022

그래, 오늘 좀 찌질하면 어때서?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어릴땐 내 나이쯤 되면 내가 무척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늘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내 스스로의 모습이 너무 부끄럽고 작아보여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날이 참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지만 이 나이 먹도록 나는 아직도 찌질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 이불킥 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전보다는 찌질하지 않은 척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실력이 예전보다 꽤 늘었다는 것 뿐이다.


내 또래 누군가가 잘나가는 모습을 보며 질투를 하거나 내 모습과 비교하며 우울해하기도 하고, 나를 부당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복싱짐에 가서 펀치를 날리는게 최선일 뿐이고,이미 지나간 과거를 곱씹으며 이랬어야 했는데, 저랬어야 했는데 하고 의미 없는 후회를 되풀이 하기도 한다. 


주식이 오르면 사둘껄, 내리면 진작 팔껄, 껄무새가 되어 갈팡질팡 하기도 하고, 잘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왠지 모르게 한없이 작아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내 자신에게 집중하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또 약속하지만, 며칠씩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 밖을 벗어나기 싫을 정도로 자신 없는 모습으로 열등감 속에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해버리기도 한다.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고, 때때로 지나치게 긴장을 하기도 한다. 특히나 사회적 가면을 쓰는 일은 여전히 내게 너무 어렵고 힘들다.


나는 이번 주말,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냥 쿨하게 넘겼으면 좋았을 누군가의 도발에 발끈해버렸다. 물론 그렇게 쉽게 가면을 벗어버리게 된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이유들 때문에 더더욱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에 집에 오는 길에 내내 속상했다. 무엇보다 외부 자극에 불필요하게 민감한, 내가 생각해도 후진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직 갖춰지지 않고 갈 길이 먼 내가 내 스스로 바라는 대로 그렇게 시종일관 멋지다면 그게 더 이상한게 아닐까? 지금 실제의 내가 찌질하고 멋지지 않다는걸 내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그나마 이정도 멋진척 연기하고 있는 내 노력도 칭찬해줘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정말 알맹이가 멋진 사람이 되어보려고 이렇게 매일매일 발버둥을 치고 있는 노력이 가상하다고 해줘야 하지 않을까? 오늘 내가 찌질하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를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게 아닐까?


모든 진전은 "인정"을 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래, 오늘의 나는 정말이지 찌질하고 후지다. 인정!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확실히 아주 조금은 멋진 구석이 생겼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1인치는 더 성장해서 적어도 그 1인치만큼은 멋있어진 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은 맘에 드는 멋진 구석들이 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인만큼, 오늘의 참을수 없는 찌질함은 과거 속에 묻어두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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