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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Oct 13. 2020

굴곡이 모여 내가 된다

지금의 나를 만든 시련들

모든 것이 안개처럼 뿌옇게 보였던 시절도 있었고, 그 뿌옇던 것들이 선명해지면서 강렬한 두려움을 느끼는 때도 있었다.


가장 가깝고 사랑했던, 아니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보내기도 했고, 몇달간을 매일 밤 목놓아 울었던 때도, 이제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최대치가 다시는 이전과 같아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때도, 그리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런 슬픔조차도 무뎌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 때도 있었다.


희망찬 내일과 가족의 행복을 꿈꾸며 고된 생활을 맨몸으로 버텨냈던 때도 있었고, 몸이 고된 일이 줄어들자 이번엔 마음의 병이 찾아와 몹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그리고 그 마음의 병이 다시 몸의 병이 된 때도 있었다. 그리고 도저히 나아질것 같지 않았던 몸과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듯 회복되는 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한때는 열렬히 좋아했던 사람을 죽도록 미워해보기도 했고, 그러다 아무런 감정이 남지 않게 되어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듯 잊고 살아가기도, 어느날 우연히 그 사람을 다시 마주했을 때 내가 왜 그를 좋아했었는지조차 도무지 기억해낼 수 없어 몹시 당황했던 순간도, 그리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다시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랑을 하고 또다시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어제는 죽도록 미워했던 사람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 철썩같이 믿었던 사람이 나의 적으로 돌변한 때도 있었다. 또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적도, 친해질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람이 내게 참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적도 있었다.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 사람이 정작 어려울 때 도움을 주지 않아 실망하기도,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이가 의외로 큰 도움을 준 시절도 있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추락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때도, 그런 절망의 시간이 결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 날도 있다. 무조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참하게 실패한 적도, 결코 내가 이룰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에서 의외로 좋은 성과를 올린 적도 있었다.


평생 찾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애타게 찾게 된 때도 있었고, 죽도록 미워했던 누군가를 다시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 모든 굴곡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무척이나 고통스러웠고, 앞으로도 꽤 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견뎌내야하겠지만, 그래도 몇번이나 여기저기 깨지고 다시 붙이고를 반복한 나의 인생을 나는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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