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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일기 Apr 26. 2022

사람을 쉬고 싶다

관계에 서투른 INFJ의 넋두리


인간은 정말 사회적 동물일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보아도 내 스스로가 사회적 동물로 보이지 않는다. 마흔이 다 되도록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아무리 상처받는 것에 꽤 익숙해졌다지만 사람들과 부딪히며 때론 상처를 입고 상처를 주는 과정이 여전히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힘들게 한다. 괜찮은 척, 가면을 쓰는 기술이 조금 늘었다 뿐이지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괜찮지 않다. 모든 인간은 정말 사회적 동물일까? 어쩌면 나처럼 사회적 동물에 속하지 못해 겉돌고 있는 소수의 인간들이 존재할 수도 있는게 아닐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는 분명 간단명료하고 명확한 전제인데, 내게는 이런 전제가 성립한 적이 없어 무척이나 혼란을 주는 명제다.




이상한 사람이고 싶지는 않은데...

사람들과 일상에서 부딪히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인걸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될 때가 있다. 분명히 내게는 이상하고 남들과는 다른 모난 구석들이 있다. 예를 들어 혼자 밥을 먹는게 다른 사람과 밥을 먹는 것보다 너무 편하고 좋다던가 하는 것들. 하지만 내게 모난 구석이 다소 있다는 것과 내가 남들 눈에 "이상한 사람"으로 비추어진다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후자는 솔직히 사실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아픈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반박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도대체 이상한 것과 안 이상한것, 비정상과 정상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거냐고. 때로는 집단의 특성에 따라, 어느 때는 커뮤니케이션 부족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비정상이 되기도 하고 타인을 비정상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 내게는 있었을까?
아니,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최근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솔직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진 못했고 어느 유튜버가 보여준 요약본을 보았지만, 내 뇌리에 깊이 남는 주인공 염미정의 대사가 있었다. "생각하면 좋기만 한 사람... 그런 사람이 한명도 없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사실 다 싫은 점, 불편한 점이 있다." 나는 이 대사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여도, 오래 지속된 관계라 할지라도, 누구든 완벽히 편하다고 느끼기 어려웠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백퍼센트 연다는게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두려워진다. 그래서 점점 더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게 힘들고 두렵고, 피상적이고 짧은 대화로 점철된 가볍고 큰 깊이 없는 관계들이 연속되면서 사회생활 자체에 쉬이 피곤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사람을 쉬고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싫고,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는 것도 더이상은 하고 싶지 않다. 때로는 내 스스로가 마음이 없어서 외부의 이런 저런 자극들에 전혀 동요되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다. 그저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FACT 그대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떠한 감정의 개입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무감정의 인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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