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나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
나는 늘 겉돌았다
어릴때부터 나는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게 늘 힘들었다. 어느 그룹에 속해있어도, 나는 늘 겉돌았다.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는 그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어디에 가든 뭔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누구를 만나든 단번에 친해지고, 그 어떤 곳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심지어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목받기를 지독하게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론 주목받고 싶어하기도 했던 나는 그런 이들이 늘 마음속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흉내를 내보려고 해도 나는 결코 그들처럼 될 수가 없었다.
쌓인 오해는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학교를 다닐 때도, 학교를 졸업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나의 이런 성향이 바뀌지 않았다. 나아지려고 무던히 노력했는데도, 지금 현재까지도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사람들을 만나면 늘 온전히 내 자신이지 못하고 부자연스럽게 삐걱대며 실수를 한다. 내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의 벽에 가로막혀 그들과 더이상 가까워지는게 어렵다. 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종 오해를 사기도 하고, 그런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그대로 쌓이게 내버려둔 것들이 때때로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를 공격하기도 한다.
글을 쓸 때 가장 나답게 숨쉬고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글을 쓸 때 만큼은 온전히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문장 하나를 쓰더라도 여러가지 단어를 대입해 볼 수 있고, 쉼표와 마침표를 어디에 넣을지 고민할 시간도 충분하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색깔을 드러낼 수 있고, 내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 상대방의 반응에 맞춰야 할 것 같은 압박도 없고, 내가 방금 한 얘기가 혹시 부적절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을 내뱉은 후에야 고민할 일도 없다. 아이디어가 샘솟을 땐 과감하게 그대로 가감없이 쏟아내면 되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을땐 잠시 쉬어가더라도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나 빨리 다음 말을 이어가야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누군가의 앞에서 위축되어 갑자기 한없이 작아진 내가 될 필요도, 그래서 원래 하려던 말은 까맣게 잊어버리게 될 필요도 없다. 모니터 앞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하고, 하고 싶은 말들,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를 내 페이스대로 다듬어 내보내는 작업은 나를 표현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내 스스로가 느끼기에 가장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글을 쓸 때 나는 가장 나다울 수 있고, 나답게 숨쉬고 생각하고 말 할 수 있다.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회적 무대에서 나는 재미없고 착하기만 한 지루한 사람이다. 어차피 써야할 가면이라면 좀 더 쿨하고 멋진 가면을 쓰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고군분투만 했지 원하는 모습을 갖추는데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사회적 관계에서 긴장하고 서투르기만 한 모습도 내 일부분이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과는 하루종일 수다를 떨어도 지루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모습도 나다. 그러나 온전히 보여주기 어려웠던 나의 모습, 미처 밖으로 내뱉지 못한 그 수많은 말들과 아이디어들을 나는 글로 표현해보고 싶다. 물론, 글쓰기도 많은 사람들 앞에 보여질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하면 지독한 검열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한 글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이 방법이 내게는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쭉 글을 쓰고 싶고, 그토록 마주하기 어려웠던 세상과 글로 소통해보고 싶다. 아직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누군가가 보게 될 것을 의식해서 조금은 덜 나다운 것 같긴 하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조금씩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