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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서강대교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서강대교를 건넌다

by 서울일기


직장생활은 끊임없이 내 부족함을 확인해가는 여정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3년이 되었다. 직장에서 그동안 해온 일들을 돌이켜보니, 그저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틴게 전부인것 같다. 늘 잘하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직장생활은 끊임없이 내 부족함을 확인해가는 여정이었으며, 직장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미처 알아차릴 기회조차 없었던 나의 모난 부분들을 깎아내고, 또 깎아내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지금의 부족한 상태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는 내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내 스스로의 부족함을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은 아무리 반복해도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는 일은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다

때로는 나의 모난 부분이 정을 맞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모난 부분에 부딪혀 상처를 입기도 했다. 자꾸 여기저기 부딪히며 깎이고 또 깎여나가는 과정 또한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었다. 세상이 왜이리도 나를 모질게 대하나 싶은 마음에 서러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모든게 나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미숙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두고두고 이불킥을 한 적도 있었고, 오해로 비롯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히 해명하지 못한채 억울함만 가슴에 남긴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가장 오랫동안 나를 아프게 하는 일은 내가 업무를 하는 중에 실수를 하는 경우였다.



그렇게 힘든 날들이 올때마다, 나는 서강대교를 걸었다

평온한 날들이 사흘 정도 지나가면, 이내 격동의 사흘이 찾아오곤 했다. 매일 아침 별탈 없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집을 나선 날들이 많았고,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음에도 또 어려움에 부딪혀 좌절하고 신을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힘든 날들이 올때마다, 나는 서강대교를 걸었다. 그런때 정처없이 무작정 걸으면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무더운 여름이든,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든, 그런 날은 그냥 걸었다. 서강대교 위에선 펑펑 울거나 소리를 꽥 질러도 듣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내게 뭐라할 사람도, 내가 신경쓸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쏟아내고 나면 턱밑까지 물이 차올라 익사할 것 같다가도 수위가 내려가며 조금은 숨을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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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개선하고, 또 개선하고


눈물의 서강대교를 건너면서 차분히 내 상황과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나면, 어떻게든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실타래를 풀 방법이 떠오르곤 했다. 어차피 상황이나 다른 사람은 바뀌지 않으니, 내가 풀어야 할 방정식의 유일한 변수는 내 자신이었다. 내가 잘못한 점은 무엇인지, 내가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집에 가서 그 내용들을 적어내려갔다. 그리고 과거의 내 부족함을 가급적 내 머릿속에서 떨쳐내고 개선된 행동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다. 한가지를 개선하고 나면 다음날 또다른 개선할 점이 금세 나타났다. 개선하려고 했던 점이 한번에 고쳐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 내 스스로가 원망스러운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만큼은 내 자신을 믿어주기로 하고 계속 버티고 또 버텼다.


고통스러운 직장생활 속에서 성장하는 나


나는 욕심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회사에 다니는 내내 평일 저녁이며 주말이며 할것 없이 대학원 수업을 듣고, 논문을 쓰고, 그러면서도 일을 잘 해내고 싶었다. 그 사이 팀이 두번 바뀌었고, 새로운 일을 익힐 때마다 나는 고군분투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항상 시간이 걸리는 나에게, 이런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잘 해내는 것은 사실 지나친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나 지난 1년간은 집안에 어려움이 생겨 더더욱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내 마음처럼 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는 욕심을 부린 탓에 그나마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물론 매주 월요일마다 회사에 가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게 느껴지고, 이 모든 것에서 도망쳐버리고 싶은 날들도 있다. 하지만 결국 내 선택은 버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비록 내가 원했던 만큼의 성취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남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나라고 해도, 적어도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매일 노력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이지만, 어제의 나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 특히나 직장에 들어오기 전의 나와 직장에 들어온 이후의 나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아마도 직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내게 이런 저런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닫거나 또는 아예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서강대교에서 흘린 수많은 눈물만큼, 나의 꿈에 가까워질수 있기를


그렇게 고통을 겪어내며 깎이고 깎여서 언젠가 내가 둥근 바위가 되어 있을 때쯤이면, 조금은 덜 고통스러워질 수 있을까. 서강대교 위에서 흘린 수많은 눈물만큼, 하루하루 나의 개선들이 쌓이고, 그렇게 내 꿈에 한발 한발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서강대교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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