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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절대로 고집부리지 말자

굳이 그렇게까지 고집부려야 할 일도 없다

by 서울일기


"7층 사무실에 컴퓨터 2대가 설치되도록 처리해주세요. IT 1팀에서 그렇게 처리해준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회의시간. A선임님과 나는 7층 사무실에 컴퓨터 2대가 설치되도록 하라는 팀장님 지시를 받았고, 들은 지시사항을 수첩에 적어두었다. 그리고 필요한 조치들을 하고, 결재도 올려두었다.


그런데 다음 결재자인 A선임님으로부터 결재를 다시 올리라는 지시를 받게 되었다.

"컴퓨터 2대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인당 2대씩 7대를 설치하라는 겁니다. 7대를 추가로 설치해 주세요."

순간 수첩에 적어둔 팀장님 지시사항을 다시 한번 봤다. '컴퓨터 2대 추가 설치'라고 적어두었는데, 내가 잘못 적은 것일까?


"엇... 선임님, 컴퓨터 2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아니, 인당 2대씩 설치해야 해요."

"어엇...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팀장님께서 아까 2대를 설치하라고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인당 2대씩 설치가 필요하니까, 7층 사무실에 있는 분들한테 확인해보고 설치될 수 있도록 조치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7층 사무실에 있는 직원 분에게 전화를 걸었고, 7층의 B과장님은 IT 1팀에서 조금 전 3대까지 PC 설치가 가능하도록 작업하고 갔노라고, 이왕이면 3대를 추가로 설치해주면 좋겠고, 또 3대면 충분할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전화를 끊고나자, A선임님은 다시,

"제가 다시 확인해보니까 인당 2대씩 7대 설치하는게 맞아요. 7층 사무실에 한번 더 확인해보고 결재 다시 올려주세요." 라고 내게 지시했다. 순간 내가 완전히 잘못 이해했구나, 왜 굳이 두번이나 아니라고 말을 했을까, 싶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 내가 잘못 이해를 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 어느쪽도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건, 내가 A선임님의 말을 두번이나 반박을 하며 "굳이" 고집을 부렸다는 것이다. 일단 알았다고 답하고 그 이후에 몇대까지 설치가 가능한지,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지 여부를 알아볼 수도 있었던 일인데, 별것도 아닌 일에 나는 A선임님의 말을 바로 수긍하지 않고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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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근래 이런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


어느날, B선임님이

"C부서는 좀 더 알아볼 수 있는 일도 너무 간단히 처리해버리는 것 같네요."라면서, 그동안 항상 이렇게 일처리를 해왔냐고 물었다.

"네, 작년에 업무 협조 요청을 하려고 만났었는데 더 이상 조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근데, 건별로 들여다보면 분명히 좀 더 조사할 수 있는 일도 있거든요."

"네, 그런데 C부서에선 도저히 더 파고들기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래요?"


별일 아닌 대화인것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C부서에서 난색을 표했다는 이야기를 한번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음에도, 굳이 한번 더 고집스럽게 사족을 붙였다. B선임님과의 대화에서 C부서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니고, 나는 굳이 왜 B선임님의 생각과 다른 C부서의 입장을 한번 더 얘기한 것일까. 나는 몇일동안 이 대화를 후회했었다.


오늘의 이 글은 순전히 내 스스로를 반성하고, 오늘의 내 행동을 분명히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는 내 스스로의 다짐을 하기 위해 쓰고 있다. 일터에서 절대로 절대로 고집을 부리지 말자. 절대로 같은 이야기를 두번 반복하지 말고, 상대의 이야기에 일단 수긍하자. 상대방의 이야기에 반박한다고 해서 내가 우위에 서는 것도 아니고, 내 생각이나 의견을 고집한다고 해서 내게 이득 될 것도 없다.


작용과 반작용. 누군가가 고집을 부리고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하면, 아무리 그의 의견이 옳다고 할지라도 그 상대방은 반감을 가지게 마련이다. 게다가 일터에서 굳이 내가 옳다고 우기고 상대방의 말에 반박을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그런 식으로 행동할 경우 내가 얻을 수 있는건, 누군가의 "비호감" 내지는 "반감" 뿐이다.


또한,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믿는 것이라도 알고보면 내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내가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고,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의 말을 부정하면, 일단 뒤로 한발짝 물러서자. 잠깐 물러선다고 해서 내가 뒤쳐지거나 뒤떨어지는게 아니다. 무조건 앞으로만 가는 것보다는 때론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가 다시 앞으로 가는 것이 더 빠르고 현명한 길일 수 있다.


절대로, 고집 부리지 말자. 그렇게까지 해야할 필요도, 그럴만한 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늘 이기려 하면, 결국 지게 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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