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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핵심은 결국 Exit이다

Exit을 잘하는 것이 성공으로 이어진다

by 서울일기

전문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Exit을 잘해야한다'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미실현수익이 아무리 넘쳐난다고 한들, 실현하지 않은 이상 아직은 그 수익은 내 것이 될수 없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내가 산 주식이 현재 20%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도 당장 내일 -30%가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부동산을 샀는데 현재 호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1억이 더 넘는다고 해도, 내가 실제로 그 부동산을 팔아서 수익을 실현하지 않는한, 아직까지 그 수익이 온전히 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미실현수익은 말 그대로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것이기에, 결국 내 투자의 성패는 나의 Exit 시점에서 내가 얼마나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투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좋은 직장-안정적이며 높은 연봉을 받을수 있는-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끝난것처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노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자산을 일군 상황이 아닌한 그저 남들보다 돈을 조금 더 받는 월급쟁이에 불과한게 현실이다. 좋은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은 분명 커리어 측면에서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것에 만족하고 머무르는 순간 Exit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오히려, 고소득 직장인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느라, 또는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의 '문화'에 맞춰 따라가느라 소비수준도 함께 높아져, 돈은 모이지 않고 계속해서 직장을 유지해야만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도 있다. 커리어 측면에서 발전을 이루는 형태든, 자신만의 사업을 일구는 형태든 어떤식으로든 커리어 면에서도 Exit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지금 당장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그 투자가 나쁜 투자라고 결론지을 수 없다. 처음부터 쭉 일정하게 플러스 수익률만 가져다주는 투자도 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플러스로 전환되는 투자도 있다. Exit을 하기 전까지는 그 어떤 것도 성공이니 실패니 하고 그 결과를 단정지을 수 없다.


나는 커리어의 시작이 남들보다 늦은 탓에 아직까지 어떻게 Exit을 해야할지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나는 일단 내 커리어를 좀 더 발전시키고, 조금 더 공부하는 쪽을 택했다. Exit을 어떻게 하게될지는 지금으로서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Exit을 하든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세상은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제는 자기계발보다는 돈에 주력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사람들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어쩌면 최근 트렌드와 반대로 거슬러 가고 있는 내가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조금만 더 노력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들을 하나씩 마무리 짓고, 다음 단계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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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때 집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이닥쳐 집안 곳곳에 빨간 딱지를 붙였다. 얼마 후 우리 가족은 지하방으로 이사를 했다. 어린시절의 나는 작은 방에 있는 쇠창살 달린 창문에 매달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을 올려다보곤 했었다. 그 때 이후로 내 삶은 늘 땅 아래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있었다. 스무살이 되면서 대학에 진학하고, 어쩌면 내 스스로 힘으로 지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을것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린시절의 나는 너무도 어리석었고, 도처에 있는 장애물을 잘 넘겨낼 만한 지혜를 갖추지 못했다. 기회들이 있었지만 그 기회들을 잡지 못하고 놓쳐버렸다. 그러다 씽크홀을 만나 오히려 지하 2천미터쯤으로 떨어졌다가 이제 겨우 지하 100미터쯤으로 올라온 것 같다. 오랜 지하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건, 언젠가는 한줄기 햇볕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 하나였다. 그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서 나는 Exit을 꿈꿔왔고, 지금도 여전히 꿈꾸고 있다.


인생은 투자, 베팅의 연속이다. 결과는 사실 그 누구도 모른다. 오늘의 투자가 언제쯤 수익으로 돌아올지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나의 통찰력, 직관, 시장과 종목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소신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가치투자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그만둘까? 차라리 여기서 그만두는게 본전이라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이런 유혹에 마음이 약해져 제대로 Exit을 하지 못한채 끝난 투자들이 그간 참 많았다.


투자의 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이렇게 말했다.

"투자자는 경기 순환에 반대로 행동해야 하고, 주식 시장에 있는 대중의 일반적 생각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 말이 비단 주식시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에서 만큼이나, 인생의 투자에서는 반드시 인내와 인고의 시간이라는 값을 치르도록 요구받는다. 그러니 제대로 된 Exit의 기회를 만날 때까지 좀 더 견디고, 또 견뎌내야 한다고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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