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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온 마음을 다해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by 서울일기


주말부터 내내 꼬박 아팠다. 나는 마음에 생채기가 나면 꼭 몸이 탈이 나곤 하는데,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뒷담화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나 역시도 뒷담화를 해본 적이 있고, 나도 때때로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는걸 피할 수 없다. 때론 꼭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흘려보낸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뒤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걸 직접 확인하게 된 순간, 그리고 더러 그런 말들을 듣고 나를 차갑게 대하는 사람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때면 마음이 아플수 밖에 없는것 같다.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나에 대해 다 알지도 못하면서, 라는 생각이 들어 몹시 속상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나 스스로도 누군가를 그렇게 맘대로 재단해버린 적이 있었기에, 어쩌면 과거에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내 행동들이 내게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절대로 타인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하거나 험담을 하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또한, 과거에 내가 했었던 행동들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매순간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에게 완전히 나쁘기만 하거나, 완전히 좋기만 한 사람도 없다. 나빴다가 좋아지기도 하고, 좋았다가 나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상대적이고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나의 경험만을 가지고 그 사람을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이에게 내 판단을 전하는 것은 불공정한 일이 될 수 있다. 성인군자가 될 생각은 없다. 나 또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기에, 내게 해를 가하려고 하거나 부당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까지 늘 예의를 다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가급적이면 그 누군가를 평가하기 전에,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입 밖으로 내뱉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고, 또 한번 더 생각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누구도 내가 가는 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도 그 누군가의 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각자의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함부로 누군가가 가는 길을 재단하고 판단하는건 오만이고 독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


차가운 시선과 비웃음 때문에 위축된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으로 충분하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나는 그 결과에 따라 또 그 순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 시간동안 구르고 또 구르며 내가 깨달은 바는,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원했던 것이 반드시 최선만은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원하는 결과를 바로 얻지 못한다 해도, 그 순간에서 온 마음을 다하면, 먼저 원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기회는 반드시 또 온다,
때로는 이전의 기회보다 훨씬 더 좋은 모습으로


현재의 팀(편의상 A팀이라 지칭하겠다)으로 오기 전, 나는 B팀에 먼저 배치됐었다. 사실 내가 일해보고 싶었던 팀은 A팀이었다. 나는 A팀으로 배치받고 싶어 부서이동 전에 여러 사람들에게 A팀에 가고 싶은 내 의견을 받아주십사 읍소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B팀에 배치가 되었다. 하지만 6개월 뒤, A팀에 자리가 나면서 다시 한번 기회가 왔고 나는 A팀으로 가고 싶은 뜻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이번에는 감사하게도 부장님, 팀장님들 모두가 내 의견을 반영해주셨고, 나는 결국 A팀으로 와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A팀으로 바로 배치가 되었어도 좋았겠지만, B팀에서 일하면서 배우게된 점이 참 많다. 물론 B팀에서 일하면서 거의 매일 울며 다녔지만, 호되게 배운만큼 내게 남은 것도 많았다. 만약 A팀으로 바로 갔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경험들이기에,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오히려 감사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나는 두 번의 인사시즌에 모두 나의 최선을 다했다. 비록 첫번째 기회에서 원하는 결과를 바로 얻지 못했지만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다음 기회를 위해 A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연수를 듣고 공부했다. 다시 기회가 왔을때 앞서 긴가민가 하면서도 기울였던 노력들이 역할을 해주었다. B팀에서 다양한 업무도 접해보고 나의 업무상 단점들을 고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이후 원하던 A팀 업무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내가 처음에 원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인 셈이다.




What's happend, happend.


지난주에 테넷이라는 영화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 과연 사람들 말대로 참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유튜브 해설까지 찾아보았는데도 여전히 내가 영화를 정확히 이해한건지 자신할 수가 없다. 그러나, "What's happend, happend(일어날 일은 이미 일어난 것이다)."라는 대사만큼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극중 닐(로버트 패티슨)의 위 대사는, 우리가 주어진 운명을 바꿀 순 없지만, (설령 운명을 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주어진 시간 안에서 운명을 바꿔보고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누군가의 비웃음처럼 내가 괜시리 사력을 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안되는걸 이렇게 붙잡고 이렇게나 오랫동안 미련을 떠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내가 아무것도 바꿀수 없다해도, 나는 멈출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내게는 이미 죽은 삶이나 다름이 없다. 마음껏 비웃어도 좋다. 아니, 솔직히 그 비웃음들이 많이 아프다. 그런 시선과 공기가 때론 나를 숨막히게 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그 누구도 나와 같은 길을 갈 수 없고, 나를 대신해줄 수도 없다. 이것은 온전히 내가 가야하는 길이다. 결과는 모두 오롯이 내 몫이다. 그리고 나는 이 길을 걷는 남은 시간 동안 매 순간 온마음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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