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자
며칠전 나는 직장인들의 인기 어플인 블라인드에 함께 일하는 분을 저격하는 글이 올라왔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블라인드는 2년전쯤 주변에서 얘기가 많길래 한번 설치해보았다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앱이라고 생각되어서 삭제 후 다시는 이용하지 않았다. 그곳에 회사에 대한 불만을 올릴 시간에 이직을 알아보거나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는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을 무려 세달이나 지난 시점에서야 비로소 알게된 것이다.
사실 블라인드에 회사에 대한 불만을 올리는 것도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는데, 굳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다는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한편으로는 같은 팀원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얘길 들으니,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의 내용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전해들은 바로는 꽤나 원색적인 비난이어서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충격을 받았다.
사실, 누군가가 그렇게도 싫어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많이 들었던 생각은, 그 누구도 완전히 멋지고 괜찮기만 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 무결점의 인간은 없다. 누구든 시간, 장소, 상황, 상대방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될 수 있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수도, 반대로 나쁜 방향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
내게는 최악의 모습만 보여줬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일수도 있고, 내가 정말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는 반면교사로 탈바꿈하기도 하며, 내겐 한없이 친절했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열한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누군가에겐 괜찮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사람에겐 불편하고 싫은 존재일 수도 있다. 정말 싫고 불편했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와 정말 잘 맞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 자신조차도 장점과 단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존재이고,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고 인정받을 수 없다.
사람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관계는 항상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나 또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따라 그 관계가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그 사람에 대해 단정을 짓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또한,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더더욱 지양해야 할 일이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을 통해 이뤄지고, 사회생활에서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누군가를 굳이 "좋은 사람" 또는 "나쁜 사람"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여 나누고, 내가 싫은 사람은 철저히 배척하는 것은 결코 내 스스로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이 아니다.
나도 어제 직장에서 나의 훌륭한 파트너라고 생각했던 누군가에게 크게 상처받는 일이 있었다. 평소에는 주거니 받거니 업무협조가 너무 잘 되어서 이 사람과는 하루 종일 일해도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는데,
어제 평소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서 크게 실망을 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이는게 말이 되나 싶었다. 나 자신도 못하는 일을 남한테 바라는건 정말 양심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힘들고, 누군가의 비꼬는 말 한마디에 몇주동안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여전히 그런 일들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그냥 흘려보내야 한다. 그런 사소한 감정들은 결국 사라지게 되어 있고, 길게 보면 크게 의미가 없다.
감정은, 꼭 써야할 곳에만 쓰면 된다.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끊임없이 흘려보내는 것이 내가 내 스스로에게 주는 매일의 과제다. 계속 훈련하다보면, 언젠가는 의미없는 일들에 덜 아파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