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꼭 한번쯤은 넘어보고 싶은 임계점
어느날 생각해보니 그랬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임계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적당히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는 정도로 공부했고, 초중고 내내 적당한 성적을 받았고, 대학도 적당히 갔다. 단 한번도 나를 한계에 몰아붙인 적 없이, 항상 적당히 열심히 했고, 적당한 결과를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단 한번도 1등을 해본 적도 없었고, 이렇다 할 뚜렷한 성취를 이룬 것도 없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부터 조금씩 자극을 받기 시작했던 나는, 두번째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는 수능 등수가 전국 기준 한자릿수인 사람들도 더러 있었고, 소위 "Photographic Memory"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시험 전 몇시간 정도 책을 보면 머릿속에 모두 입력된다는 신기한 사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놀라운 공통점은 하루에 12시간씩 매일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는게 일상이자 생활이었다는 점이다. 나는 나중에서야 그런 “습관”이 아주 어릴 때부터 훈련된 결과임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때까지 내내 매일 책을 읽거나 팝송을 들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던 나로서는 성인이 되어서야 그런 습관을 들이는게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남들보다 훨씬 더 좋은 머리를 가지고도, 늘 남들보다 더 앉아있고, 더 들여다보고, 더 노력했다.
무엇인가를 그정도로 열심히 한다는 것, 나는 여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이었다.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 안타깝게도 나는 인생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어둠 속에 침잠한 채 몇년간을 계속해서 가라앉고만 있었다. 끝없이 가라앉고 가라앉으면서 드는 생각은 늘, “좀 더 내 자신을 몰아붙였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좀 더 버텨봤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였다.
그리고 다시 지금, 전보다는 모든 면에서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이 드는, 모든 순간이 감사한 지금이다.
가장 사랑했던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나는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지난 내 삶을 돌아보며, 죽기전에 적어도 한번쯤은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해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억울하기도 했다. 세상에 그 많은 좋은 것들을 단 한번도 경험해보고 누려보지 못하고 성취의 기쁨 한번 느껴보지 못한채, 이렇게 적당히 살다가 죽는다는게, 몹시도 억울했다. 애초에 내가 가진 것이 아니었기에 억울할 게 없는데도, 우습게도 뭔가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여태까지 노력을 전혀 안했던 것도 아니었던터라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노력, 어쩌면 그게 나를 더욱 힘든 길로 오게 한건 아니었을까. 100%가 되지 못한 노력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고, 나는 꽤 오랜 시간 번번히 가득 채우지 못해 미끄러지는 내 자신을 혐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는 작은 불씨가 있었다. 나는 이제라도 그 불씨를 잘 살리고 살려서 활활 불태워보고 싶다. 불씨인 채로 그냥 꺼뜨려버리고 싶지 않다. 욕망을 거세하기 보다는 최대한 태워보고 싶다. 오랜 침체기 동안 내 욕망이 거세될 것 같다고 느꼈을 때, 나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느꼈었다. 나는 앞으로 내 삶의 모든 순간이 생생하고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앞에 주어진 모든 일에 나는 정말 뼛속까지 진심이다. 지금 내 앞에 놓인 모든 일들에 결코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 더이상은,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고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내 스스로에게 만큼은 한점의 아쉬움도, 부끄러움도 남지 않는 매 순간을 살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임계점“을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보고 싶다.
예전에, 고시에 합격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었다. 임계점을 한번 넘어보니, 그 다음부터 다른 일에서 임계점을 넘는 것도 수월해지더라고. 그 임계점을 나도 한번 꼭 넘어보고 싶다.
그래서 지금 당장 내 행보를 모든 사람들에게 설득시킬 순 없겠지만, 그 끝이 어디가 되든 끝까지 한번 가보고 싶다. 상사로부터 인정받고, 승진을 하고, 더 많은 연봉을 받고 하는 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코 그런 일들이 내 목적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비록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라도 일단 열심을 다해보고, 그걸 한다고 뭐 달라지냐는, 굳이 뭐 그렇게 하냐고 하는 사람들의 말에도 멈추지 않고 일단 앞으로 간다.
이 길의 끝에 뭐가 있는지 나도 여전히 알수가 없지만 내 마음속 이 불꽃을 충분히, 온전히 태워보고 싶다. 내 자신의 잠재력이 발휘될 때까지 내 자신을 끝까지 밀어붙여 보고 싶다.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후회를 하더라도 해보고 후회하고 싶다. 그게 내가 열심히 하는 이유이자, 원동력이다.
언젠가 그토록 넘고 싶었던 임계점을 꼭 넘어보고, 그에 대한 기록 역시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