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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 8일

그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기 위해

by 서울일기


부서 이동으로 이사를 하고, 이틀동안은 꼬박 이전 팀에서 남은 일과 인수인계서를 작성했다. 오늘은 7시에 출근해서 인수인계서를 계속 썼는데, 일찍 출근한 과장님이 사정을 들으시더니 '전화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바쁜것 처리하라'며 종일 배려해주셨다. 차장님도 상황을 대충 눈치채셨는지 중간중간 간단한 일들을 알려주면서도 배려해주시는게 느껴졌다. 사실 이전 팀의 인수인계로 시간을 끄는 것이 새로운 부서 입장에서는 민폐가 될 수 있기에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발버둥을 쳤다.


덕분에 겨우 인수인계서를 완성하고, 퇴근길에 옆건물에 들러 남은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7시 15분에 건물을 나서니 배가 몹시 고팠다. 생각해보니까 새벽 6시반에 집에서 나와서 밥을 한끼도 안먹었다. 종일 탕비실에 있는 코코아 두잔을 먹은게 전부였다. 어쩐지 배가 너무 고프더라니. 회사 근처 단골 샐러드가게에서 급하게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사실 많이 아쉬웠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좀 더 잘 쓸수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누더기 같은 맘에 들지 않는 문서였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그러고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을 열심인지도 모르겠다고. 사실 그 지나친 열심 때문에 오히려 적을 만든 적도 있는것 같다. 새로운 부서에선 이런 점도 좀 고쳐야겠다.


내일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이전 팀의 남은 문제 한가지를 해결하고, 드디어 새로운 팀 업무를 본격적으로 익힐 예정이다. 새출발인만큼 새로운 기회로 삼아보고 싶다.


사실 며칠 전 내 평판에 대한 얘길 들은 이후로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를 자꾸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 없다. 감사한 자리에서, 좀 더 나를 바꾸고 갈고 닦아 보아야겠다. 돌아보면 후선부서에 있을 때, 누군가의 항의성 전화를 받거나 억울하게 화풀이 대상이 될 때마다 무척이나 속상해했었다. 누군가 힘든 사람이 있으면 감정이 요동칠 때도 있었다. 이번일을 계기로 그런 모습들도 사실 프로다운 모습은 아니었겠구나, 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 적어도 회사 안에서는 내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감정이 정말 플랫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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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금요일. 내일이면 남은 일도 끝내고, 새로운 업무도 좀더 배우고, 간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을것 같다. 3주간 지속된 강행군이 드디어 끝이 나고, 이제 나는 후회가 없는 8일을 보내야겠다. 될 것 같지 않은 상황이라도 당연히 될 것처럼, 끝까지 앞으로 나아가겠다.


그래, 욕 좀 먹고 미움 좀 받으면 어때서. 그래도 나는 내 길을 갈 뿐이니까. 어차피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도, 인정받을 수도 없다. 그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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