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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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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수 Aug 08. 2020

”이 빌어먹을 집에서 다 함께 “

MBC 드라마 십시일반

제목부터 이목을 끄는데 십시일반(十匙一飯) 이란, 열 사람이 자기 밥그릇에서 한 숟가락씩 덜어 다른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밥 한 그릇을 만든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 모여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가 있는 사자성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도 긍정적일까? 우선 공개된 드라마 포스터를 살펴보도록 하자. 어두침침한 실내 공간 배경에 여러 사람이 탁상 주위에 모여 앉아 식사하며 대화가 오고 가는 모습으로 화기애애해 보인다. 대부분은 웃고 있는 모습이지만 서로를 바라보면서는 웃지 않고 있다. 게다가 혼자서 유일하게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1명의 여성을 볼 수가 있는데, 그녀는 왜 혼자서만 다른 분위기를 표출하고 있을까?


최후의 만찬사건의 시작

수천억 대 자산을 가진 화가 유인호(남문철 분)가 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면서, 자신의 생일에 유언장을 공개한다는 선언과 함께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유인호의 집으로 모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생일 전날 유인호의 가족들과 친지들이 한둘씩 유인호의 저택에 모인다.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유인호의 유일한 핏줄이자, 법적 최대 상속자인 딸 유빛나(김혜준 분)와 그녀의 엄마이자 전 내연녀인 김지혜(오나라 분)다. 사실상 이 드라마의 핵심 인물이자 유인호(남문철 분)가 사망 시 가장 큰 혜택을 얻게 되는 인물이다. 이 두 모녀를 가장 먼저 맞이한 전 부인인 지설영(김정영 분)과 가정부 박 여사(남미정 분), 지설영은 대놓고 달갑지 않은 표정과 행동으로 모녀를 맞이했고, 박 여사는 김지혜를 짝퉁 사모 취급하며 무시하는 면모까지 보인다. 연이어 유인호의 이부동생이자 전과범인 독고철(한수현 분)이 도착했다. 김지혜(오나라 분)와는 구면으로 보이며, 서로 간단한 담소나 안부를 나누며 저택으로 들어온다. 그의 딸 독 고선(김지은 분)과 유인호의 조카 유해준(최규진 분)도 저녁 식사에 모이면서 유인호와 관련된 인물들이 마침내 한자리에 모였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조금씩 비극에 한 걸음 가까워지다.

유인호의 생일 파티 전, 유인호의 딸인 유빛나는 아침 운동을 하고 유인호의 저택으로 들어오는 찰나에, 머리 위로 떨어지는 화분을 맞아 크게 다칠 뻔했다. 유인호의 유일한 직계가족이자 유산 최대 상속자인 유빛나에게 유산을 뺏길까 두려운 누군가가 계획적으로 위협을 가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사건도 일어난다. 누군가 유인호의 이부동생 독고철의 선물을 바꿔치기하여 파티를 망치게 한다. 심지어 생일 파티 이후 유인호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최초 발견자는 유빛나. 출동한 경찰이 유인호의 팔에 주사 자국을 발견하였고 정황상 모든 게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 빛나는 경찰에게 부검을 요청하게 되고, 유인호의 금고까지 조사하게 된 경찰은 유언장이 사라진 걸 알게 되자 정황상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김지혜와 독고철 역시 조사받게 된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유산의 행방에 조금 더 기운 쪽으로 서로 예의를 지키던 사람들이 서서히 서로를 향해 칼날을 드러내고 유산을 얻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는 일도 서슴지 않기 시작한다. 모두가 자신을 깨끗하게 포장하지만, 행동과 표정에서는 솔직한 면모를 보이는 것에도 섬세한 연출과 연기를 엿볼 수 있다.


모두가 공범이고 범인이다.

2화에서 김지혜가 유인호의 방에 있는 금고를 몰래 열기 위해서 지설영의 수면제를 훔쳐 유인호에게 몰래 먹인 다음 날 유인호의 싸늘한 시신을 맞이한다. 약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김지혜는 자신이 먹인 약이 수면제가 아닌 함정이라고 오해하며 지설영을 살인자로 의심하게 되고 사소한 말다툼을 하면서 분위기는 심각해지지만, 경찰이 주사기를 주입한 타살 흔적을 발견하자 의심을 거두고 본인이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하지만, 3화에서 경찰로부터 유인호의 직접적인 사인이 수면제에 의한 급성 쇼크에 의한 사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다. 즉 김지혜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 유산을 탐해 의도적으로 수면제를 먹인 것, 유인호의 몸에서 발견된 수면제 성분이 5mg에서 10mg의 양일 경우, 5알에서 10알 정도의 양이 검출된 것을 보면, 김지혜를 제외하면 최소 4명이 범인이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제목 십시일반처럼 모두가 모여 조금씩 비극의 결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는 전부 밝히지 않았지만, 반전 요소들이 많이 숨겨져 있어 드라마를 보면서 찾길 바란다. 자연스럽고 개연성에 어긋나지 않게 긴장감을 주는 요소를 설정하여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한몫한다.      

탐욕의 시작과 끝

이 드라마에서는 탐욕의 끝이 어디일까?라는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탐욕은 보통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이 되지만, 욕망이란 어느 인간에게나 존재하는 욕구이자 본능이다. 극 중 등장인물들을 통해 드러나는 욕망의 모습에는 어떤 것이 있고, 이를 넘어서는 안 되는 지점을 넘었을 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시청자와 같이 찾고자 한다. 


새로운 얼굴들이 모여 명품을 만들다.

드라마 전반적인 분위기는 고요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면서 무거우면서도 가볍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져 가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모습들에 대한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와 연출이 가미되어 신선한 충격을 만들어내고 있다. 간혹 연기력이 미흡하거나 맡은 배역이 평소 이미지와 너무 달라 드라마에 집중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십시일반의 경우엔 드라마에 출연하신 연기자분들은 대부분 새롭고 연기력이 높은 분들이 캐스팅되었다. 그래서 시청할 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신선함을 안겨준다. 십시일반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착하거나 나쁘다는 이분법으로 나눠진 단면적인 등장인물이 아닌 여러 면을 가진 양면성 인물들로 이루어져 배역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고 몰입이 잘 되었다. 특히 앞에선 열심히 일하지만, 뒤에선 도벽을 일삼거나 엿듣는 가정부, 내연녀와 남편 사이에서 표정을 감추지만 미세하게 칼날을 드러내는 전 아내, 집안에선 제멋대로의 폭군이지만 기자들 앞에서는 한없이 착한 남편 등 악역이 정해진 게 아니라 누구라도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과한 듯 과하지 않게 설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가진 욕망에 따라 변하는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를 시청하는 묘미 중 하나일 것이다. 십시일반을 시청하고 나서 끝까지 봐야 할 드라마가 하나 생긴 것 같다. 너무 가볍지 않고, 무겁지 않아 누구나 시청하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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