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외관이 나랑 닮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나를 혼내고 나면 꼭 안아주며 펑펑 울던 엄마.
엄마가 가출했던 당시의 내 나이가 11살이라 그런지.. 제법 엄마에 대한 추억이 많이 있다. 그중 강렬하게 남아있던 기억은 정장을 차려입고, 집회에 나가던 모습이었다.
이 종교를 믿으면.. 열심히 헌금하고 노력하면, 아들이 나을 수 있다며 세뇌를 시키던 그 종교는 평일 밤에 집회가 있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내 손을 잡고 엄마는 흡사 전쟁에 나가는 전사처럼 비장하게 집을 나섰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아픈 아들을 낫게 해야겠다는 족쇄에 매여 더 절절하게 그 종교에 매달렸던 거 같다.
엄마의 종교 활동이 시작되자 오빠의 열이 잦아들었다. 아마 점점 크면서 단단해지는 과정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우연치고는 기가 막히게 맞춰진 것이다.
그러니 더 절절하게 매달렸던 거겠지..
어릴 때는 대체 그게 어떻게 가능한 사고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나니.. 어떤 심정인지 조금은 공감이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겠지..
이대로 놔두면 내 아이가 장애가 생긴다니..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을 엄마의 그 마음을 이용한 종교가 나쁜 거라 생각한다.
시간이 흐른 후, 나아진 오빠의 상태가 그 종교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빠와 자신이 열심히 믿고 활동하기에 나아졌다고 믿는 엄마사이의 대립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아빠가 그 종교를 반대하는 이유가 명확했다. 남자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 병역 거부.
아빠의 입장은 아들이 군대를 거부하면, 사회에서 받을 제약과 여러 가지를 고려한 판단이었다.
이 문제를 두고 엄마아빠는 끊임없이 싸웠다. 오가는 큰소리를 피해, 그렇게 걱정하던 아들과 아무것도 몰랐던 딸은 언제나 안방 방 문 뒤에 숨어 벌벌 떨어야 했다.
한바탕 크게 싸우고 난 날이면, 엄마는 집을 종종 나가곤 했다. 아마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격이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아들을 위해서 라며, 결국 그 아들을 버리고 나와버리는 것이..
이 부부 싸움의 불똥은 주로 오빠에게 튀었던 거 같다. 아빠 생각에 오빠가 건강해지면, 남자다워지면 엄마가 정신을 차릴 거라 생각했던 걸까..
아빠는 그렇게 무서운 아빠가 되어갔다. 어린 아들에게 남은 건 오로지 엄마뿐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결국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소중했던 아들도, 혼 한번 내고 나서도 미안하다며 엉엉 울며 안아주던 딸도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