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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Feb 24. 2019

인천 국제공항 단상

스눕피의 단상단상(20)

인천대교를 건너고 있노라면 막연한 희망을 품게 된다. 인천대교는 여기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 저기에 당도하면 충분히 벌어질 수도 있을 거라 믿게 되는 중간 다리인 것이다. 여기와 저기 저 다른 별세상으로 우릴 이어주는 아름답고 우람한 다리. 야밤에 자동차로 한강 주변을 달릴 때, 줄지어 늘어선 좋은 건물들을 보며 꿈꾸는 어떤 막연한 환상과 쓸데없는 자신감을 떠올려 본다. 언젠가 친구 하나가 그랬다. “씨8! 다른 사람들도 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산다는 게 너무 신기해.” 인천대교를 열심히 달려 나갈 때, 한국인이 암묵적으로 은근히 공유하는 그 벅차디 벅찬 감정을 늘 간직한 채로 매일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정말이지 얼마나 대단한 일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인가.


어제는 미국에서 오는 사촌을 맞이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갔다. 올해 들어 몇 번째 마중인지. 공항 가는 길은 먼지로 가득했다. 또 간헐적으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는데, 뭔가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인지 자동차의 경적소리인지 조금 괴상했다. 하여튼 예정된 시간보다 공항에 일찍 도착하여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다.

어디 갈 사람, 어디 갈 사람을 배웅하는 사람, 어디로부터 온 사람, 어디로부터 올 사람을 마중하는 사람,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 등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가 너무도 달랐고 꽤 재미있었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아마도 어디론가 떠날 사람을 부러워했을 터인데, 나처럼 남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는 피곤한 사람이 날 관찰하듯 멀리서 지켜보았다면 꽤 웃겼을 거다. 사람은 좀처럼 나 같은 기질의 사람은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데, 그러한 삶의 태도는 일종의 오만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공항과 관련한 숱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읽었다. 나름의 단상들. 포인트는 달라도 모두가 날카로운 생각들. 공항은 도대체 왜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걸까?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을 모두 공항에 가둬버리면 모쪼록 좋은 일이 될 거다. 생각의 물꼬가 트이는 신비의 장소, 공항. 싱거운 이야기다. 우리는 왕복 약 11,000원의 통행비를 지불함으로써 이전과 다른 새로운 생각을 얻어올 수도 있는 것이다. 아, 12,000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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