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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r 01. 2019

올해는 고향을 더 좋아하기로 했다.

스눕피의 단상단상(23)

인천에서 약 30년을 살았다. 30년 중 4년을 서울에서 공부했으나, 엄마 밥이 아닌 바깥 밥을 먹으며 가뜩이나 허약한 몸을 축낼 생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여 통학했다. 4년 동안 인천을 벗어나지 못했던 거다. 수원시에서의 군생활 2년이 내가 인천을 벗어난 유일한 기간이었는데, 평균적으로 한 달에 약 2박 3일씩은 부지런히 휴가를 챙겨주는 대한민국 공군의 세심한 배려 덕에 나는 인천을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일부, 나도 점점 인천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21살 땐가? 미국 뉴욕에 여행 갔을 때,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중국산 ‘아이 러브 뉴욕’ 흰색 반팔 티셔츠 몇 장을 샀다. 그것들을 트렁크에 쑤셔 넣으며 나는 생각했다.

‘아, 이 새끼들 애향심 쩐다. 뭘 사랑까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그저 익숙함으로부터 비롯한 편안한 기분이 좋고 쾌할 뿐이지 도저히 내 도시 인천을 무려 ‘사랑’하는 건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요즘 내가 그렇게 제멋대로 어쭙잖게 내린 당시의 결론을 취소하고 싶다. 내가 사는 도시를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내가 사는 도시를 내가 냉소하고 비웃고 무시하려 들면 대체 누가?


관계의 익숙함에 속아 그것의 소중함을 잃지 말라는 식상하기 짝이 없는 말씀을 서른을 까먹은 이제라도 깨달은 건 그나마 다행인 건가? 2019년에는 나의 고향 인천을 조금 더 사랑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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