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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r 26. 2019

[앨범 리뷰] Kids See Ghosts

키드 커디와 카니예 웨스트의 갱생 프로젝트

최근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A.P.C.가 래퍼 'Kid Cudi키드 커디'와의 협업 컬렉션을 발표했다.

A.P.C.의 이번 미국 힙합 데이트가 첫 경험은 아니다. A.P.C.의 대표 Jean Touitou장 뚜이뚜는 2013년과 2014년에 이미 Kanye West카니예 웨스트와 두 차례 몸을 섞은 바 있다.


A.P.C.의 이번 키드 커디 협업 프로젝트는 키드 커디와 카니예 웨스트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Kids See Ghosts'의 동명 앨범 [Kids See Ghosts]로부터 얻은 장 뚜이뚜의 영감과 함께 출발했다(장 뚜이뚜의 인스타그램 계정 활동을 훔쳐보면 그가 얼마나 힙합 음악을 진지하게 수용하고 즐기고 있는 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앨범 [Kids See Ghosts]를 듣고, 나는 키드 커디가 정말 강인하면서 또 동시에 연약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좌) A.P.C. X KID CUDI (우) Kid Cudi와 Jean Touitou / 출처: bleumag(좌), COMPLEX(우)


앨범 [Kids See Ghosts] / 출처: HipHopDX


그런 앨범이 있다. 1번 트랙을 플레이하는 순간 이름 모를 평론가 센세들의 하 많은 말과 글이 자연스럽게 터져 나올 것이라 예상되는 앨범 말이다. 작년에 발매한 [Kids See Ghosts]는 전형적으로 그러한 류의 앨범이었다. 트랙 하나하나가 정신을 호릴 만큼 참신하며 매력적이었고, 힙합 음악의 간지를 감별하는 촉수가 충분히 발달한 힙합 마니아라면 누구라도 그것에 관해 뭔가를 끄적이고 싶게, 떠들고 싶게 만드는 종류의 앨범이었다.


대단히 두꺼운 장편 소설 한 권을 억지로 참고 다 읽었는데, 그것이 내게 무엇 하나 남기는 것이 없을 때의 그 지독하게 허탈한 감정을 또렷이 기억한다. 반면 아주 짧은 단편 소설을 한 권 읽었을 뿐인데, 마음이 먹먹해지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여 앉은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그런 책도 분명 있다. 최근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버스데이 걸'과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밝은 곳’이 내겐 그러했다. 그리고 [Kids See Ghosts]는 속이 꽉 들어찬 매혹적인 단편 소설과 같은 앨범으로 내게 다가왔다.


작년의 몇 개월, [Kids See Ghosts]는 나의 샤워 시간을 책임져 주었다. 적당한 길이의 앨범 러닝 타임, 쏟아지는 물소리를 충분히 뚫고도 남는 기이하고 독특한 사운드는 비록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이 화장실 샤워 부스 안일지언정 내게 다른 차원의 세계로 잠시나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키드 커디와 카니예 웨스트의 두드러지는 천재성은 그렇게 발가벗은 내게 알 수 없는 힘을 주었다. 물론, 그 힘을 말하는 건 아니다.


키드 커디와 카니예 웨스트는 앨범 [Kids See Ghosts]를 통해 지난했던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정신을 이식한다.

새로운 자유와 사명감, 그것은 청자들에게 힙합의 개척 정신과 I Don't Give A F의 태도를 다시금 일깨운다. 그들은 음악을 발표했다기보다 새로운 정신적 지향점을 공표한 것처럼 느껴진다.


우울증과 마약 중독으로 힘들어했던 키드 커디의 지난날, 미국 힙합 씬의 선봉에서 새로운 예술과 문화의 길을 개척한 공로만큼이나 특유의 '관종' 정신으로 헤이터들과 대중으로부터 배불리 욕을 처먹으며 상처 입은 영혼 카니예 웨스트의 과거는 앨범 [Kids See Ghosts]의 발매와 함께 저 멀리 휭 날아가 버린다. 하나의 성공적 제스처로서 말이다.


1번 트랙 Feel The Love에서 카니예 웨스트는 악을 쓰며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낸다. 미국 시트콤 오피스의 시즌 1을 본 사람이라면 어렴풋이 기억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소리는 마치 시즌 1의 에피소드 1에서 아돌프 히틀러 흉내를 내는 던더 미플린 제지회사의 지점장 마이클 스캇(스티브 카렐)의 소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카니예 웨스트가 입으로 격발 하는 악 소리는 헤이터들의 아니꼬운 비난의 악플일 수도 내면의 분노와 짜증을 담아 던지는 분풀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키드 커디는 이내 그것을 감싸 안으며 '사랑'을 외친다. + 사실 카니예 웨스트의 악 소리는 총소리를 흉내 낸 것이다.


'I can still feel the love!'


4번 트랙 Freeee (Ghost Town, Pt. 2)는 제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듯 [Kids See Ghosts]가 발매되기 1주일 전에 공개된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ye]의 수록곡 Ghost Town의 후속이다. 정신적인 진화와 성숙으로 남들의 의견과 비난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다는 카니예 웨스트의 외침이 인상적이다.


'I don't feel anymore

Guess What, baby?

I feel free(Scoop!)

Nothin' hurts me anymore

Guess what, baby?

I feel free.'


5번 트랙 Reborn에서 키드 커디는 약물 중독과 우울증으로 오랜 기간 고생했던 과거의 자신을 떨쳐내고 새롭게 태어난다.


'I'm so, I'm so reborn, I'm movin' forward

Keep movin' forward, keep movin' forward

Ain't no stress on me Lord, I'm movin' forward


길지 않은 러닝 타임, 쉽지 않은 주제, 적지 않은 소재, 신비로운 사운드까지, 새로운 영감을 찾아 헤매고 있는 당신께 앨범 [Kids See Ghosts]를 권한다.


자, 전체 앨범 플레이 버튼을 누르시고,

눈을 감으시고.....


레드 썬......



[잡소리]


* [Kids See Ghosts]의 앨범 아트는 카니예 웨스트의 2007년 앨범 [Graduation]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한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맡았다.


앨범 [Graduation]


* 래퍼 Pusha-T가 1번 트랙 'Feel The Love'에 참여하게 된 사연


"비행기를 타고 몬트리올에 가고 있었는데, 칸예한테 전화가 왔어요. 나 지금 벌스가 필요한데, 지금 바로 스튜디오로 가주겠어? 난 못한다고 했어요.

칸예한테 다시 전화가 왔어요. 저기, 지금 바로 스튜디오로 가 줘. 7, 8시간 안에 앨범이 나올 거야. 난 몬트리올에서 공연을 해야 했다구요."





<출처>

https://revolt.tv/stories/2018/06/20/pushats-feel-love-verse-kanye-west-kid-cudis-kids-ghosts-07002744e2

https://genius.com/artists/Kids-see-ghosts

https://en.wikipedia.org/wiki/Kids_See_Ghosts_(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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