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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Apr 17. 2019

갱스터 래퍼 YG의 온고지신 정신

선대의 유산을 소중히 하는 사람들이 좋더라.

매일 같이 트렌디한 랩이 쏟아지는 요즘, 클래식 힙합 음악을 들으면 도리어 낯설고 어색한 기분이 느껴지곤 한다. 최신 힙합과 구식 힙합 사이에 비트, 멜로디, 가사, 패션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공통의 접점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스타일의 변모가 상당하기 때문인 듯한데, 역설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지는 이질감은 또 각자의 매력을 배가하는 법이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질리지 않고 힙합 장르를 오래 즐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을 넘나들며 최신에 붙었다가 구식에 붙었다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올드스쿨 힙합의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트렌디한 감각마저 살려내는 ‘온고지신’의 스웨그를 아는 래퍼들을 사랑한다. 한국 래퍼로서는 더 콰이엇이 대표적이고 미국 래퍼로서는 ‘YG’가 대표적이다.

Lil Yachty릴 야티나 Kodak Black코닥 블랙 같은 어린(?) 래퍼들에게 이제 투팍이나 비기의 음악은 철 지난 위인전기를 읽는 것처럼 그저 지루하게 느껴지는 듯하고, 쉽사리 단언하긴 힘들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세기말 이후 세상에 태어난 고등학생들의 랩 경연 프로그램이 대세가 된 마당에 클래식 힙합이 '그땐 그랬지.'식의 추억 팔이용 레퍼런스 정도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를 생각하면 문득 슬퍼진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우리 곁엔 구식과 신식을 스마트하게 아우르며 그 중심을 잘 지켜 나가는 래퍼들이 존재한다. 개인적인 취향을 이야기하자면 미국 힙합 씬 속 King Of 온고지신은 역시 래퍼 YG라고 생각한다. 음악에 있어서나 패션 스타일에 있어서나 그는 올드 스쿨 힙합 OG들의 유산을 소중히 물려받아 그것을 축으로 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하지만 현대적인 편집의 기술을 가미해 조금도 짜치거나 고루하지 않게 앞서 나갈 줄도 안다.



"1집 앨범 [My Krazy Life]를 만들 때의 내 생각은 그저 '클래식'을 만들어 보자는 거였어요. 나는 Dr.Dre의 [2001]이나 Biggie의 [Ready To Die], 50Cents의 [Get Rich Or Die Tryin'], Snoop의 [Doggystyle], 이 네 가지 앨범만 반복해서 들으며 자랐어요."



미국에서 옷을 가장 매력적으로 입는 래퍼로 나는 주저하지 않고 YG를 꼽겠다. (출처: nymag.com)


블랙 앤 화이트, 레드 반다나, 클래식 드레스 슈즈, 척 테일러 슈즈, 화이트 톨 튜브 삭스, 로렉스 워치, 쿠반 링크 체인을 고수하는 그의 고집 있는 패션 스타일은 유행에 휩쓸려 다니는 몰개성 졸부 래퍼들 사이에서 더욱 빛이 나고, 실제 Compton 지역 갱스터 출신으로서 선대 G-Funk 갱스터 래퍼 선생님들의 찬란했던 영광의 모습을 재현하듯 그 시절의 사운드와 비트를 감칠맛 나게 재탄생시키는 그의 비트와 멜로디는 힙합 꼰대 스눕독마저 춤추게 한다.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윗세대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잊지 않고 '패션'과 '음악'으로 충분히 존경을 표하는 YG, 하지만 그는 시대적인 흐름도 거부하지 않고 그것에 부드럽게 올라타 섞일 줄도 안다. 갱스터 출신이라 그런지 선배님들에 대한 의리와 공경 하나만은 정말 끝내준다.(며칠 전에는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무대 위에서 불의의 총격 사고로 세상을 떠난 그의 절친한 동료 Nipsey Hussle닙시 허슬을 기리는 세트를 꾸미기도 했는데, 이쯤 되면 ‘신용과 의리’는 래퍼 YG를 설명하는 어떤 확정적인 테마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YG가 런칭한 패션 브랜드 4HUNNID의 패션쇼 무대 (출처: thefader.com)


출처: GQ official Youtube
출처: Vevo official Youtube


적어도 내게 힙합 씬은 인생을 대하는 멋진 태도를 배울 수 있는 교과서와도 같다. 멋지고 쿨하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래퍼들의 스피릿과 마인드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는 영원한 삶의 동반자와도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힙합이 태진아는 아니지만.

오늘부터 나도 그간 소홀했던 인생 선배들의 가르침을 하나하나 추억하며 다시 한번 감사의 메시지를 (마음으로만) 전할 계획이다.


*프런트 이미지 출처: kulturehub.com





[출처]

https://www.gq.com/story/yg-young-gansta-style-profile

https://i-d.vice.com/en_us/article/8xnngk/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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