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피의 단상단상(19.04.27)
9년 만에 발표한 회심의 장편 소설 <밤은 부드러워>의 판매 저조로 쪽박 찬 작가 피츠제럴드가 소설의 재발간 소식을 듣고는 말했다.
우리는 종종 일을 그르치게 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제쳐두고, 아주 부분적이고 사소한 일에 집착해 그것을 확대 해석하고 나아가 그 실수를 핑계로 자기를 위로하려는 사람을 지켜보게 된다. 그럴 때면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문제는 그게 아닐 텐데요?"
하지만 언제나 역지사지는 힘이 세다. 내가 예기치 못한 실패를 겪거나 병신 같은 결과와 마주해야 할 때, 나 또한 작은 조건들만을 골라 골라 우선적으로 더듬어보곤 했던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마찬가지다. 버르장머리 없이 어딜 빠져나가려 하는가!
"아, 다 좋았는데, 거기가 너무 아쉬웠어. 그 부분만 보완했어도 아주 개-쩔었을 텐데."
아! 구차한 정신 승리의 말과 행동은 인간의 본성이란 말인가! 하지만 때로 그런 우둔함이 우리를 살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버젓하지 못한 자잘한 변명들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자존감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라고. 무식하게 덤벼서 대판 깨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단순히 그것만이 문제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당신의 그러한 정신 승리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잘 알겠습니다. 닥치고 저부터 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