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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n 30. 2019

버벌진트 찬양은 답도 없지만, 안 할 수도 없다.

스타벅스에서 다음 약속을 기다리며 버벌진트에 대해 끄적인다.

버벌진트Verbal Jint의 가사는 정말이지 최고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잘 설명할 명쾌하고 설득력 있는 방법이 내겐 솔직히 없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생각 정도는 나도 가지고 있었다. 버벌진트의 가사가 좋은 건 단순히 그가 라임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춰 나간다거나 하는 따위의 랩 메이킹 기술의 우수성이나 "아니, 이 인간은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지? 천재 아니야?" 따위의 리액션을 부르는 참신한 언어 표현력 따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버벌진트는 유치한 말장난을 해도, 누구나 쓸 수 있을 법한 기초적이고 진부한 표현을 사용할 때에도 듣는 이로 하여금 묵직한 마음의 울림을 준다. 그건 그가 구축한 나름의 세계관이 꽤나 정직하고 튼튼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한 사람이 잘 쌓아 올린 지식과 지혜는 명품 손목시계 같은 것이다. 누가 부러 시간을 묻기에 소매를 걷어 올려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좀 알아봐 달라며 대놓고 눈 앞에서 손목을 흔들지 않아도 언젠가 자연스레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세상과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꾸준히 공부한 사람들과 만나 어떤 이야기든 나눠보면 그것이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어떤 멋진 기운을 느낄 수가 있다. 그래서 이정재와 조인성을 만나던 김민희가 홍상수를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다.

2015년 12월 19일에 버벌진트의 [GO HARD Part 1 : 양가치]가 세상 밖으로 튀어나왔을 때, 나는 '건물주flow'라는 노래를 귀에 달고 살았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가사는 나를 잔뜩 자극했다.


"육체를 불태우며 노는 것도 길어봤자 다 한 철이네. but 오래전 날 일으킨 노래들을 들으면 아직도 난 감전이 돼. 물론 그게 다 힙합은 아니야. 내 음악 역시 그래. 아직도 날 힙합 frame으로만 보는 머리 나쁜 아이들, 시큰해."


"건물주 flow, it's just what I do, 짓고 또다시 부수고 다시 짓고, If you didn't know, now you should know. I build and I destroy and I rebuild. You should, you should know 이 길은 아무도 안 갔던 길."


한때 힙합 논쟁이 일었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논쟁의 핵심은 여자 아이돌이나 남자 보컬들이 전면으로 나와 소위 말해 말랑말랑한 멜로디와 가사의 노래를 불러주고, 거기에 래퍼들이 나와 추임새를 넣어 주면서 '음악 차트'를 위한 랩 송을 불러대는 세태에 대한 진성 힙찔이들의 불만 토로의 향연이었다.

나는 당시 '과연 '힙합 음악'을 무 자르듯 딱 잘라 이렇다, 저렇다 확실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힙합은 무가 아니다.'라는 답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생각은 오늘도 여전하다. 힙합은 생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지, 음악의 장르에 국한되어 정의되거나 제한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버벌진트는 코웃음 치며 이렇게 받아쳤다. 아직도 날 힙합 frame으로만 보는 머리 나쁜 아이들, 시큰하다고. 버벌진트 형님은 그들이 관절이 시릴 정도로 싫었던 것이다.


버벌진트가 말한 건물주flow, 짓고 또다시 부수고 다시 짓는 행위. 그것은 현대카드의 명광고 속 'Make Break Make'이라는 키 카피를 떠오르게 했고, 그가 말한 'build, destroy, rebuild'라는 영원한 순환 구조는 힙합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다고 생각했다. 힙합만큼 변화무쌍한 음악이 어디 또 있을까 싶다. 내가 오래도록 지켜본 힙합 씬은 늘 그랬다. 누군가 새로운 힙합 음악과 문화를 앞서 '실험'하고 잔뜩 깨진다. 그러면 그 '실험'을 다시 새롭게 '실험'하여 결국 성공시키는 어떤 뮤지션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잔뜩 칭송받는다. 그리고 그것은 '주류'라는 이름을 하고 힙합 세상을 잔뜩 지배한다. 하지만 힙합 세상은 반복에 따른 지루함을 극도로 경멸한다. 그러면 또? 그렇게 build, destroy, rebuild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음주운전 근절 홍보대사가 된 버벌진트의 최근 싱글 'The Chase Revisited'를 듣고 있다. 반복 재생 중인데, 도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버벌진트, 이 형님 가사 정말 잘 쓴다. 하......


'The only thing I chase is 쾌, 어떤 인터뷰들에서는 진지하 게하기도 하지만 아무런 대한 의미 같은 건 없는 때가 태'



한국 힙합의 두 대부, 대한민국 탈모 인구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세월은 늘 야속하다. (출처: The Quiett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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