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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l 06. 2019

무명에서 그래미로, R&B 가수 엘라 마이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잘 알아주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매슬로우스러운 이야기는 다만 '이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생의 동력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내가 한창 미국의 프로듀서 DJ Mustard에 빠져있었던 대학교 시절,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도 때도 없이 여자 가수 하나를 열과 성을 다해 홍보했다. 그녀의 이름은 'Ella Mai엘라 마이'였는데, 노래 몇 곡 얼추 들어보면 그녀의 팬이 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힘이 가득한 그녀의 시원한 목소리는 계속 듣기에 좋았고, 적절히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만들어내는 그녀만의 텐션 있는 그루브는 트렌디한 요즘 R&B에 최적화된 듯 탁월했다.


출처: Billboard


평범하게 음악 학교를 다니며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곡을 커버하여 올리던 그녀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스타 프로듀서 DJ Mustard는 그녀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게 되고, 그렇게 곧 둘은 직접 만나 몇 곡의 노래를 함께 녹음하고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게 된다.


이후 둘은 함께 꾸준히 곡 작업을 했는데, 어떤 곡들은 대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고, 또 다른 어떤 곡들은 조용히 묻히기도 했다. 그러다가 Boo'd Up이라는 노래가 미국 전역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그래미 어워즈 두 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게 되면서 원래 이름을 날리던 DJ Mustard는 '더' 유명해지고, 저평가 우량주 그 자체였던 Ella Mai는 이 시대 가장 힙한 여성 R&B 가수가 되었다.


지난달 28일, DJ Mustard(Mustard)가 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Perfect Ten'을 발표했다. 이미 싱글의 형태로 공개한 바 있는 그룹 Migos미고스와 함께한 'Pure Water'부터 YG와이지, Meek Mill믹밀, 2Chainz투체인즈, Quavo퀘이보가 함께한 100bands라는 곡을 포함해 총 10곡을 담아냈다.


출처: Complex


나는 해당 앨범의 8번 트랙 'Surface' 속 Ella Mai의 늪에 빠지는 바람에 며칠째 '1곡 반복 재생'이라는 지루한 일상 속을 살아가고 있다. 내 인생은 늘 지루하다.

Mustard는 일찍이 힙합 비트 메이킹의 신세계를 열었다. 그의 독특한 시그니처 사운드는 사람을 질리게 할 법도 한데, 질릴만할 때쯤이 되면 조금 변형된 사운드를 다시 한번 들고 나와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곤 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의 흥을 마구 돋우고 기분을 째지게 하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소셜 미디어 포스팅을 통해 자신을 '힙합'이라는 장르에 국한되는 프로듀서가 아닌 기가 막히는 알앤비 음악도 만들어낼 줄 아는 크리에이터라고 천명했다.


출처: UpscaleHype


그리고 그가 발굴하여 투자를 아끼지 않은 무명 가수 Ella Mai는 그렇게 Mustard에게 프로듀서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준 음악적 동지가 되었고, 마침내 그래미 어워드 두 부분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스타 가수가 되었다.

나는 Mustard의 이번 앨범 'Perfect 10'의 'Surface'라는 곡을 통해 다시 한번 그들의 운명이 점지한 어떤 타고난 합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가치를 잘 알아주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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