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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l 23. 2019

20년 차 힙찔이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

(1) 7/23 화요일, Travis Scott 그리고 YG



 ‘공유’의 시대다. 노래든 그림이든 책이든 영화든 혼자만 알고 혼자만 즐기려는 심보는 고약하고 되게 별로다. 재즈나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진심을 다해 ‘공부’하고 싶은 나에게 어떤 블로거들과 인스타그래머들의 노래 추천은 정말 큰 힘이 된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그들은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우고 익힌, 차곡차곡 잘 정리된 소중한 노래 리스트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추천해준다. 그들로부터 자꾸 받기만 하다가 나도 문득 깨달았다. 단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힙합 음악 몇 곡 꾸준히 추천하고, 함께 물고 뜯고 즐겨보자고.

앞으로 매주 화요일 아침, 노래 추천 포스팅을 하나씩 올릴 예정이며, 포스팅 당 노래는 두 곡씩 담아 소개하려고 한다. '구구절절하게' 노래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지는 않겠다. 여러분께서 추천곡을 그저 한 번 들어보고 힙합 음악의 끝내주는 바이브를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할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노래 소개말 정도는 집어넣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누군가 그랬다. 좋은 책이란 다른 책들을 마구 불러오는 책이라고. 노래도 마찬가지겠지. 괜찮은 노래 두 곡이면 아마 관련 노래 수십 곡을 불러올 것이라 믿는다. 기왕이면 평소 ‘힙합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노래를 재생하자마자 고개를 까딱까딱할 수 있는 조-혼나 ‘느낌’ 있는 곡으로 엄선하려고 한다. 주로 최신 힙합을 추천하되, 구시대 힙합도 함께 섞어 추천할 예정이다. 아, 참고로 ‘미국 힙합 음악’이 주가 될 것이다.



1. Travis Scott - Coffee Bean

트렌디한 미국 힙합 음악의 끝판왕이다. 한국의 식케이라는 가수는 대놓고 Travis Scott트래비스 스캇의 음악과 패션 스타일을 베낀다. 그래서 식케이의 별명은 ‘트래비스 쑥갓’이기도 하다. 음악적 ‘특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트래비스 스캇이 제시하는 오토튠 사운드, 신비로운 비트와 멜로디, 노래 마디마다 녹여내는 그의 시그니쳐 샤우팅이 완성하는 구성의 묘를 당해낼 자가 없다. 쉽게 말해 트래비스 스캇은 자기만의 색깔이 가장 뚜렷한 힙합 아티스트 중 하나다.


출처: Urban Islandz

https://youtu.be/Z6d3BofQqN0


추천곡 Coffee Bean은 그의 3번째 정규 앨범 [ASTROWORLD]의 마지막 트랙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의 와이프는 Kylie Jenner카일리 제너이다. 그녀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돈이 많은 20대 셀럽이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하다’라는 ‘말이 안 되는’ 말이 통하는 몇 안 되는 미국 사람들이다. 이 곡은 트래비스 스캇이 ‘흑인’이기 때문에 카일리 제너의 가족들로부터 결혼 반대에 부딪혔던 상황과 교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카일리 제너가 임신을 하고 받았던 뜨거운 관심(+딸 스토미의 친자 여부 루머) 그리고 자기보다 높은 위치의 슈퍼 셀럽 와이프의 남편으로 산다는 것(+트래비스 스캇의 외도 루머) 등 총체적인 멘-붕 시추에이션에 대해 그가 담담하지만 자조 섞인 감정으로, 절망과 죄책감을 함께 엮어 풀어낸 랩 송이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작은 카페나 펍에서 무언가를 홀짝이는데 갑자기 이 노래가 크게 흘러나온다면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노래 제목 ‘커피-콩’은 아마도 그의 Blackness를 가리키는 듯하다.






2. YG - Hard Bottoms & White Socks

웨스트 코스트 갱스터 래퍼의 계보를 잇는 Compton 출신의 스타 래퍼 YG의 최신작 [4REAL 4REAL]의 포문을 여는 오프닝 트랙이다. 감정적인 피아노 선율과 단순한 비트 위에서 YG의 허스키하고 끈적하며 말하듯 툭툭 내뱉는 상-남자 래핑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얼마 전 괴한의 총격에 의해 안타깝게 사망한 그의 절친한 동료 래퍼 'Nipsey Hussle닙시 허슬'에 대한 헌정 곡이자 웨스트 코스트 갱스터 힙합 라이프와 본인의 출신지 Compton, California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금 되새기는 꽤나 의미심장한 곡이다. 노래 제목 Hard Bottoms & White Socks는 인생 대선배님들의 스타일 유산을 소중히 하는 그가 사랑하는 시그니처 스타일인 블랙 드레스 슈즈와 화이트 롱 삭스를 말한다.


출처: GQ


https://youtu.be/uD8KvaDMEMw


번외)

1. 양현석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래퍼 YG의 인스타그램 계정인 줄 알고 팔로잉한 흑인들이 많다는 후문이 있다.


2. YG는 최근 단단히 맛이 가버린 UMF KOREA 2019의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참하였다(대신 Rick Ross가 왔다나? 하... 갈 걸 그랬다).


* 프런트 이미지 출처: YG Online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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